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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9년 09월 25일(金)
편가르기 싸움 아닌 진정한 토론문화
논쟁 없는 시대의 논쟁 / 영국사상연구소 엮음, 박민아 등 공역 / 이음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우리 사회는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제대로 된 토론문화가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긍정적인 답을 얻기는 심히 어렵다.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는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토론 이전에 저편과 이편을 가르고 자신의 편이 아닌 상대의 말은 아예 듣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도 때와 곳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토론이 아니라 ‘피아(彼我)의 구분’이기 때문이다. 논쟁이 없는 사회를 상상할 수 없지만, ‘논쟁’이 아닌 ‘정쟁’만 난무한다면 다원화된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타결점을 찾아가는 길은 앞으로도 막막해 보인다. 또 매주 TV에서 토론회를 벌이지만 그 주제들이 몇몇 이해당사자를 제외하곤 과연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지난 2000년부터 정기적인 토론회를 열고 있는 영국사상연구소가 발간한 여러 토론집 가운데 5개의 주제를 골라 번역해 소개하고 있다. 의회민주주의의 종주국인 영국은 오랜 논쟁의 전통에서 닦인 합리적인 토론문화가 탄탄하고 국민들도 논쟁을 즐기는 사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소는 ‘토론과 논쟁의 부재’를 우려하며 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그 이유는 현대사회의 전문화·다원화와 관련이 있으며 이로 인해 정말 필요한 논쟁들은 이뤄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의 영역에만 갇혀 있는 주제 중에 사회 전체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는 주제가 얼마나 많은가. 또 이러저러한 정치적·사회적 이유 때문에 논쟁 자체가 원천봉쇄되는 주제도 허다하다. 이는 실로 중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는데, 토론의 테크닉조차 못 따라가는 우리보다 한참 앞서가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책은 ‘리얼리티 TV’, ‘윤리적 관광’, ‘동물실험’, ‘대체의학’ 그리고 ‘맞춤아기’라는 5개 주제를 선정했다. 우리 문화와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것도 있지만, 토론 방식을 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예컨대 ‘리얼리티 TV’의 경우 토론은 단순히 오락성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먼저 ‘실제’와 ‘진실’이라는 철학적 문제부터 파고드는 식이다.

리얼리티 TV에 저속한 요소가 많다는 점은 인정하되 이 프로그램들이 기관이나 제도보다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구식의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시청자와 직접 대면하고자 하는 신념은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도 리얼리티 TV가 문제되고 있지만 우리에게 이 같은 폭과 깊이를 갖춘 토론이 가능할까.

클레어 폭스 영국사상연구소장은 책의 말미에서 “우리는 문제들에 대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접근을 피하려 한다”면서 “사회 일반과 개인을 위해 우리 시대의 주요 문제들에 대한 활발한 ‘지적’ 접근은 필수적”이라고 논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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