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짓밟힌 민초들의 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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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인훈씨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소설이 아니라 희곡집 ‘옛날옛적에 훠어이훠이’를 꼽는다. ‘옛날옛적에 훠어이훠이’를 비롯해 ‘봄이 오면 산에 들에’ ‘달아달아 밝은 달아’ 등 일상의 인식을 뒤집는 주옥같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읽기 위한 레제 시나리오라고 할 정도로 시적인 함축성이 뛰어나 좀처럼 무대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7월 명동극장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에 이어 11월5일부터 15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동랑레퍼토리극단의 ‘옛날옛적에 훠어이훠이’가 무대에 오른다. 또 국립극단도 12월 ‘둥둥 낙랑둥’을 공연하는 등 최인훈 희곡의 무대화가 잇따르고 있다.

동랑레퍼토리극단은 1962년 한국 근대연극의 개척자 동랑 유치진이 창단한 유서깊은 극단. 드라마센터라는 이름으로 창단됐다가 1974년 유치진 타계 후 그의 호를 따라 개명했으며, ‘햄릿’, ‘태’, ‘마의태자’, ‘초분’ 등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다가 1984년 제70회 정기공연 ‘리어왕’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옛날옛적에 훠어이훠이’는 동랑레퍼토리극단의 부활을 알리는 작품으로 특히 주목을 모은다.

‘옛날옛적에 훠어이훠이’는 평안북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아기장수 설화를 바탕으로 권력에 의해 자식까지 버려가며 숨죽이고 살아야 했던 민초들의 삶을 그린 작품.

전국립극장장 신선희(연극과) 서울예대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았고 정원중, 김미선, 한혜수, 전소현, 전상진 등 서울예대 출신들 실력파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특히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TV드라마 ‘선덕여왕’에 보량 역으로 출연 중인 여고생 탤런트 박은빈씨가 처음 무대에 도전한다. 연출은 이기도씨가 맡았다.

신선희 예술감독은 “대사 중심이 아닌 논버벌 스타일로 만들어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한을 외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색채의 공연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02-3443-8695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