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쓴 ‘사람’ 연작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김호웅기자

‘일흔 살이 넘으면 별일이 생긴다./평소에 가깝던 사람들 물러서 가고,/손 내밀어도 손잡아주는 이 없고,//자식들에게 이래라 하면 듣는 시늉도 않고,/역정이라도 내보이면 콧방귀로 돌아오고,/손주놈에게 되려 따귀만 얻어맞는다.//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높으신 몸과 마음은 허공에 뜨고,/넓으신 자리는 한숨이 들끓고,/깊으신 가슴엔 눈물만 고인다.//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늘에서 내려준다.’

시인 김년균(67)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의 신작 시집 ‘숙명’(문학사계)에 수록된 시 ‘낮은 일흔’의 전문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겪는 세상사의 서글픈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 작품에는 ‘사람’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런데 ‘낮은 일흔’뿐 아니라 이번 시집에 수록된 90여편의 시에는 모두 ‘사람’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시인은 지난 30년 동안 줄곧 지치지도 않고 ‘사람’ 연작 작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 역시 지난 3∼4년간 쓴 ‘사람’ 연작들을 묶은 것이다.

시인의 ‘사람’ 연작은 1979년 10·26 사태 직후에 시작됐다. “세상이 시끄러울 때 사는 일이 걱정스러워 신문에 시 한 편을 발표했었는데, 그것이 ‘사람’이었다”는 시인은 그 뒤 30년 동안 400여편이 넘는 ‘사람’ 시를 써왔다고 한다.

“사람에 대해 쓰려니 소재가 무궁무진했다. 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도 썼고, 특정 사람에 대한 시도 썼다”는 시인은 “앞으로도 포기할 수 없고 계속 쓸 수밖에 없다”며 “돌아보면 아마도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30년 동안 써온 ‘사람’ 연작을 죽 훑어보니, 사람에 대한 좋은 점과 긍정적인 면보다는 나쁜 점과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썼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는 사람의 긍정적인 면에 조금 더 초점을 둬서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결국 ‘사람’ 연작은 시를 통해 사람에 대한 깨달음에 이르는 길고 긴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글=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