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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미도의 인생을 바꾼 명대사 게재 일자 : 2009년 11월 18일(水)
로즈버드! (Rosebud!)
‘시민 케인’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13세기 몽골의 어느 황제는 궁전 꿈을 꿉니다. 깨자마자 그는 꿈에서 본 궁전을 건설합니다. 그로부터 5세기 뒤인 1797년 영국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는 꿈속에서 궁전을 묘사한 시 한 수를 만납니다.

잠에서 깬 콜리지는 50행의 서정시 ‘쿠블라 칸(Kubla Khan)’을 썼으며, 꿈에서 본 제나두(Zanadu) 궁전은 그의 시 첫 행에서 환생합니다. 이 시는 영시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지만 해독하기가 얼마나 난해한지 영국 시인 존 키츠는 “이 시를 풀어낼 수 있다면, 그는 무지개라도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150년 뒤 천재 감독 오슨 웰스는 미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시민 케인(Citizen Kane)’을 완성합니다. 미국영화연구소는 매년 위대한 영화 100편을 선정하는데, 이변이 없는 한 해마다 1위에 뽑히는 걸작이지요. 2위부터 5위까지가 ‘카사블랑카’, ‘대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인 걸 보면 ‘시민 케인’의 존재감을 실감할 수 있지요.

오슨 웰스의 영화에서 거대한 성으로 그려진 제나두는 도원경(桃源境)의 상징이며, 극 중 미국 언론계의 제왕으로 등장하는 찰스 포스터 케인의 저택입니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이 초호화 저택의 위용을 클로즈업합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노년의 케인이 “로즈버드(Rosebud)!”라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쓰러집니다.

이제 언론계는 앞을 다투어 Rosebud의 의미를 파헤칩니다. 그 과정에서 케인의 외로웠던 어린 시절이 조명됩니다. 이어서 성공한 케인의 경영철학, 무모한 야심과 여성편력, 성공의 허망한 그림자도 낱낱이 공개됩니다.

주인공으로도 직접 출연한 오슨 웰스는 당시 언론계의 막강한 실력자이자 실존인물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를 모델로 케인의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허스트는 황색저널리즘의 대부였고,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에서 정계에 들어섰다가 쓰디쓴 고배를 마셨습니다. 밀월관계를 목적으로 삼류 무성영화 배우를 후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고요.

그런데 노년의 케인은 왜 쓰러지는 순간 장미 봉오리를 뜻하는 “Rosebud”를 외마디로 남겼던 것일까요? 영화의 첫 장면과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는 대단원에 이르면, 케인이 어릴 때 타고 놀았던 눈썰매가 벽난로 속에서 서서히 타들어 가는 게 클로즈업됩니다. 관객은 비로소 눈썰매의 바닥에 적힌 Rosebud를 발견합니다. 오슨 웰스가 그토록 Rosebud를 부각하려고 했던 이유는,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던 동심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묘사하려 했던 것이지요.

사족-야심에 찬 케인이 즐겨 하는 말은 “I am still hungry”입니다. ‘난 아직 승리에 굶주려 있다’고 했던 히딩크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이지요. ‘헝그리 정신’은 hungry spirit이 아닙니다. killer instinct입니다. ‘살인 본능’ 같지만 치열한 경쟁이나 경기에서 성공 또는 우승하려는 강한 욕망을 뜻하지요.

작가, 외화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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