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들도 아이폰만 기다렸다

“아이폰 신청한 분들 축하합니다. 잘하신 거예요. ㅋㅋㅋㅋ ”

지난 22일 오후 KT의 기습적인 아이폰 예약판매 개시 후 불과 3시간 만에 ‘solarplant’라는 아이디(ID)를 사용하는 트위터(Twitter·최대 140자의 짧은 메시지를 집단적으로 주고 받는 인터넷 사이트)’ 회원이 올린 글이다. 아이폰은 애플이 출시한 대표적인 스마트폰으로, 통화는 물론 무선인터넷을 통해 e메일이나 일정 관리, 팩스 송수신 등을 할 수 있어 ‘손 안의 컴퓨터 전화’로 불린다.

놀랍게도 해당 ID의 주인은 이날 미국 출장길에 오른 박용만 ㈜두산 회장. 그는 뉴욕에 도착한 뒤 아이폰 국내 출시소식을 접하자 “경험자로서 하는 얘기지, 애플과 뭔 관계가 있어 하는 얘기는 아니다”면서 “아이폰 쓰다가 다른 폰으로 갈아 타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기다렸다는 듯 소감을 남겼다.

KT가 오는 28일 아이폰의 정식판매에 들어가는 가운데, 이처럼 아이폰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대기업 총수가 생겨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박 회장은 평소 차 안은 물론이고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아이폰으로 트위터에 접속해 글을 올리는 것으로 주변에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아이폰 출시 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전파인증을 받아 사용할 정도로, 젊은시절부터 첨단 기기를 직접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마니아다.

박 회장은 앞서 KT 트위터(올레KT)에 “아이폰 언제 나옵니까? 회장님께 직접 전화드릴 수도 없고. ㅋㅋㅋ”라는 글을 남긴 게 나중에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KT에 따르면 온라인 예약판매 후 첫날 동안 1만5000여명이 아이폰을 신청했다.

이에 반해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적을 알기 위해 아이폰 사용자임을 자처한 사례다. 남 부회장은 얼마전 자사의 스마트폰 사업 진출이 경쟁사에 비해 늦어지자 본인이 실무진과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폰을 직접 구입하고 사용하면서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 같은 사실은 남 부회장이 지난 10일 한 강연회에서 본인의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주변에 알려졌다.

LG는 이후 부사장급이 이끄는 스마트폰 전담 사업부를 최근 신설하고, 11월 중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2종을, 연말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모바일’ OS를 심은 3종을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에는 스마트폰 기종을 10여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남 부회장은 지난 3일 미국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선 “노키아보다 아이폰의 애플이 최대 경쟁자”라며 스마트폰 시장 진출의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