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요절’ 조선 천재시인 이언진의 ‘詩 세계’

  • 문화일보
  • 입력 2009-11-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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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렀거라 벽제 소리 우레와 같아/사람들 길을 피하고 집들은 문을 닫네/세 살 아이도 울음 그치니/벼슬아치 호랑이보다 무섭네 정말.”(제3수)

사대부 벼슬아치를 풍자하고 있는 시를 지은 사람은 송목관(松穆館) 이언진(1740∼1766)이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펴낸 두 책은 바로 연암 박지원의 글 ‘우상전(虞裳傳)’을 통해서 존재가 알려진 천재 시인 이언진과 그의 작품 ‘호동거실’을 다룬 것이다. 우상은 이언진의 자(字)다.

두 책 중 ‘저항과 아만’은 이언진의 전 작품을 완역한 뒤 이를 치밀하게 분석한 ‘호동거실’의 평설이며 ‘골목길 나의 집’은 돌베개출판사의 ‘우리고전 100선’ 제12권으로, 일반 독자에게 이언진과 그의 시집 ‘호동거실’을 소개하기 위해 전체를 완역하고 매 수마다 작품 감상 및 짧은 평을 수록한 것이다. 여기서 ‘호동’은 서민이나 중인이 사는 골목길을 이르는 말이다.

이언진은 중인 신분에 27세로 요절한 천재시인이다. ‘호동거실’은 그의 문집 속에 들어 있는 장편 연작시로 인간 평등과 사회적 차별과 억압에 대한 항거, 다원적 가치의 옹호, 개아(個我)의 자유와 자율성에 대한 존중 등 기존 조선문단에서 결코 보지 못했던 혁신적인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호동거실’은 그동안 ‘동호거실’로 불리며 ‘송목관신여고’에 실린 작품 157수 중 특징적인 몇 수만이 몇몇 연구자에 의해 연구·발표된 바 있다. 이언진은 죽기 직전 자신의 글을 모두 불에 태웠는데, 다행히 그의 작품 ‘호동거실’을 포함한 일부만이 그의 아내에 의해 수습됐다.

이 책의 저자는 고려대 소장본 필사본 ‘송목각유고’를 새로 발견, 판본비교 및 고증을 통해 170수의 시(6언 연작시)를 완비하고 이를 최초로 완역했다.

20세 때 역과에 급제해 역관생활을 시작한 이언진은 생전에 중국에 두 번, 일본에 한 번 다녀왔다. 특히 1763년 통신사행의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성대중·남옥 등 유수의 서기, 제술관을 제치고 일본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박지원의 ‘우상전’에 따르면 이언진은 당시 일본인이 시를 청하면 즉석에서 시를 지어 주었는데 하루에 수백 편이나 되는 시를 지어주기도 했다. 평소 몸이 건강하지 못했던 그는 1764년 일본에서 돌아온 지 채 2년이 못돼 죽고 말았다.

저자에 따르면 이언진은 체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그의 시에 담아낸 저항시인이었다.

“이따거(‘수호전’에 등장하는 흑선풍 이규를 말함)의 쌍도끼를/빌려 와 확 부숴 버렸으면./손에 칼을 잡고/강호의 쾌남들과 결교했으면.”(제104수)

조선의 근간을 이루는 주자학을 정면에서 비판한 중국 명나라 시대 양명학자였던 이탁오를 대놓고 찬양한 사람도 이언진밖에 없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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