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스페이스> 차갑고 빛나는 금속으로 빚어낸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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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이어지는 화랑의 윈도갤러리 벽면에 자동차 앞부분이 박혀있듯 전시중이다. 3개층 전시장에는 실물크기의 TV를 비롯해 누군가 막 빠져나간 듯 이불이 흐트러진 침대, 옷이 걸려있는 옷걸이와 소파, 변기도 놓여있다. 조각가 최태훈씨가 일상생활의 익숙한 대상들을 광택나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로 재현한 작품들이다. 전화, 의자, 와인잔 등 친근한 일상용품들이 ‘빛나는 금속조각’(사진)으로 표현되면서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금속을 소재로 작업하는 최씨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8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조각품이 조명처럼 빛을 발하는 신작들을 선보인다. 그동안 원형 네모 등 기하학적 이미지를 추구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선 구체적인 일상용품을 주목한다.

최씨는 금속을 용접해 이어붙인 뒤 구멍을 뚫고 그 속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설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과 빛의 결합을 시도했다. 실내 조명이 환할 때는 작품이 발하는 빛이 은은하게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실내가 어두워지면 작품이 뿜어내는 빛은 더욱 강해진다.

한낮 나무 사이로 강렬하게 쏟아지는 햇빛을 조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금속에 무수한 구멍을 뚫어, 차갑고 육중한 느낌의 금속이 은은하고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작업을 시도한 것. 금속에 구멍을 뚫을 때 간편하게 용접기나 산소절단기를 사용하는 대신, 플라스마기법으로 금속을 절단한 뒤 용접해 이어붙이며 꼼꼼한 수공작업으로 데생하듯 보다 강한 느낌을 살린 점이 특징이다.

한편 올 연말 마지막 전시로 최태훈 조각전을 기획한 아트사이드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끝으로 10년간의 ‘인사동시대’를 접고, 종로구 통의동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