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동력을 찾아서>‘꿈의 디스플레이’로 ‘더 선명한 미래’를 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농서동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장착한 3차원(3D) TV를 테스트하고 있다. 용인 = 심만수기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인공 톰 크루즈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와 동작 인식 기능이 융합된 투명 유리 모니터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 장면.

서기 2022년 어느 날, 30대 직장인 A씨는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변에 우뚝 솟은 건물 유리창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건물의 투명 유리 자체가 TV 화면인 이 스크린을 통해 중계되는 한국과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결승전을 시청하고 있던 것이다.

잠시후 한국이 ‘3대 1’로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하자, 곧바로 가방 속에서 둘둘 말린 얇은 디스플레이 하나를 꺼냈다. 경기 분석 기사를 속보로 전해주는 미래 전자 신문이었다. A씨는 결승전 기사를 모두 읽은 뒤 손목에 차고 있던 종이만큼 얇은 시계를 통해 친구와 화상통화를 하고, 그날 저녁 우승 기념 맥주 파티를 열기로 했다.

투명 유리가 TV인 세상, 종이처럼 구부릴 수 있는 스크린, 그리고 모니터 자체가 전화기인 초슬림 이동통신기기…. 이처럼 미래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신개념 제품은 이제 더이상 먼 미래의 아이디어가 아니게 됐다. 삼성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가 만들어 낼 세상에서 조만간 볼 수 있는 제품들이다. 이같은 미래를 내다본 삼성그룹은 수년 전부터 이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다.

AMOLED는 사실 미국이나 일본보다 한두 발 늦게 시작된 분야다. 삼성은 지난 1997년 AMOLED에 앞서 ‘수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PMOLED)’ 개발에 착수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 3월 AMOLED 사업팀을 발족, 본격 양산 준비 단계에 돌입하더니 2007월 9월 세계 최초로 대량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조짐을 보이자, 삼성은 기존에 AMOLED 사업을 진행하던 삼성SDI와 삼성전자의 인력과 자본을 합쳐 2008년 9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아몰레드’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AMOLED란 뒷 조명에 의해 빛을 내는 액정표시장치(LCD)와는 달리 유기물 자체, 즉 디스플레이 스스로 빛을 내는 장치를 말한다. 이는 LCD에 비해 동영상 응답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르고 색상 및 선명도가 월등해 ‘꿈의 디스플레이’로 평가받고 있다. 자체 발광인 만큼 뒤에서 조명을 쏴주는 LCD보다 두께가 월등히 얇을 수밖에 없다.

다소 비싼 가격과 대형화에 대한 한계로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의 시대는 열리지 않았다. 다만, 최근 ‘보는 휴대전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휴대전화에 장착되기 시작하는 등 점차 이 시장은 커지고 있다. 삼성측이 외부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 휴대전화의 경우 AMOLED 채용률이 올해 2.3%에서 2015년엔 40%로, 디지털카메라의 경우엔 0.6%에서 17%, 게임기는 0%에서 25%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큰 규모는 아니지만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현재 전세계 AMOLED 시장의 98%를 점령하며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 전망치는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월 200만대 생산을 달성한 이후, 요즘엔 라인을 24시간 풀 가동해도 부족할 만큼 고객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지난 10월말 일본 요코하마(橫濱)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평판디스플레이 전시회인 ‘FPD 인터내셔널 2009’에서 중·대형 AMOLED 패널을 비롯해 즉시 상용화가 가능한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세계 최초이자 최대인 76㎝(30인치) AMOLED 3D(3차원) TV, 35㎝(14인치) 노트북용 패널 등 휴대전화를 뛰어넘는 응용 제품들을 쏟아내면서 내비게이터, PC는 물론 TV용 제품의 양산 체제를 갖췄다는 점을 전세계에 과시하기도 했다.

최근 시장을 놀라게 했던 제품 중 하나는 패널이 접히거나 휘어지게 할 수 있는 ‘플렉서블(flexible)’ AMOLED 디스플레이. 이는 종이 신문처럼 둥글게 말아서 간편하게 휴대하고, 휴대전화를 시계처럼 손목에 차고 다닐 수 있는 시기를 앞당겼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AMOLED는 미래 사회에서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두루마리식 전자신문은 물론, 전자노트도 가능하다. 즉, 터치와 저장 기능만 융합해주면 손가락이나 인식용 펜 하나로 필기가 가능하다. 일반 학교에서 종이노트와 필기도구가 사라질 날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3D 기능과 합쳐질 경우 더 역동적인 삶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전자제품 매장의 벽을 터치하면 신제품 냉장고가 고객의 앞으로 튀어나와 소개되는 일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강호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장은 “최근 AMOLED를 사용한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가 명품 제품군으로 형성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AMOLED가 디스플레이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만용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