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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9년 12월 18일(金)
韓·日 민족주의적 역사 기술 문제점은…
근대성의 역설 / 헨리 임·곽준혁 편집 / 후마니타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1968년 자이니치(재일 또는 재일조선인) 김희로는 2명의 일본인 야쿠자에게 총을 쏜 다음 거의 나흘 동안 18명의 인질을 붙잡고 있었다. 자신의 범행동기에 대해 방송에서 얘기할 기회가 주어지자, 그는 민족차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고 놀랍게도 민족차별에 대한 경찰 본부장의 사과를 이끌어냈다. 후에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재판에 나가 이렇게 증언했다. “나는 누군가가 나서 차별에 대해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다가 우리 희로가 그것을 했을 뿐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사회학과 교수인 존 리는 식민주의와 근대성과 관련된 한국학과 일본학 분야의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있는 책에서 김희로 등의 예를 들며 1960년대 일본 사회에서 자이니치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일본인이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그렇다고 또 다른 그 무엇이 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말한다. 이 점에서 자이니치의 저항은 일본 사회의 인종주의에 대한 저항일 뿐만 아니라 ‘조선인·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정체성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혼성적 정체성에 대한 상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민족주의적 사고방식 자체에 대한 거부이기도 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한국학과 일본학을 연구하는 국내외 학자 9명이 필자로 참여한 책은 민족주의 역사 기술이 지니는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필자들은 식민통치와 그 유산 속에 존재하는 인종주의, 지배와 폭력, 계급 착취, 가부장제 등의 작동 방식에 주목한다.

식민지라는 공간에 담긴 다양한 차이와 지배 체제에 내재한 균열들을 드러냄으로써 근대성이 보편적인 게 아니라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다수의 역사로 구성돼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 필자들의 의도다. 탈식민주의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 같은 관점의 연구방법이 식민지 조선에 도입된 것은 2007년 ‘인문학의 새로운 흐름:한국학과 일본학의 국가 간·학제 간 경계를 넘어’라는 제목으로 열렸던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의 국제학술회의가 계기가 됐다. 책은 당시 발표된 글 가운데 선별한 8편에 한 편을 추가해 새롭게 엮은 것이다.

책은 문학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정’과 ‘표상’의 문제를 드러낸 1부 ‘문학적 만남’과 제국화 기획 속에 담긴 통치성의 문제를 보여주는 2부 ‘통치의 체계’, 식민지 주체가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3부 ‘제국적 의미’로 구성돼 있다.

가령 우치다 준 미 스탠퍼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녹기연맹’ 등 재조선 일본인 단체들이 총독부의 제반 ‘황민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일본 국민으로서의 시민권을 조선인에게 주는 일에 관해서는 회의적이거나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식민지 조선과 일본 제국에서 구현됐던 근대성이 담고 있는 역설적인 측면들을 ‘역사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이 실려 있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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