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포커스>힘든 시절 ‘나눔’과 ‘엣지’로 ‘출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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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니들이 고생이 많다” “엣지 있게” “빵꾸똥꾸야” 등 올해도 수많은 유행어와 키워드들이 탄생했다. 이런 말들은 2009년 한국사회의 모습을 때론 풍자하고 때론 꼬집으며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카타르시스의 기능을 하기도 했다.

KBS 개그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코너에서 등장했던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는 각박한 사회생활에 찌든 한국인들의 심리를 반영했고, SBS 드라마 ‘스타일’에서 김혜수가 사용하면서 인기를 얻은 ‘엣지 있게’는 여성파워를 반영하면서‘강렬하게’ ‘스타일리시하게’ ‘카리스마 있게’ 등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연초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유래한 ‘꽃남’과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루저’ ‘꿀벅지’는 남녀의 신체 특징과 연관돼 비판을 받으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MBC 시트콤을 통해 선보인 “빵꾸똥꾸야”도 시청률 상승과 함께 유행됐다.

2009년을 상징하는 키워드들도 많다. 올해의 키워드는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자던 지난해 세밑의 분위기를 이어간 ‘나눔’으로 시작됐다. 정부 주도로 시작됐던 ‘나눔’이 다소 성격을 바꾸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으로 번지는 계기는 예상치 못하던 곳에서 왔다. 바로 고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선종과 각막 기증이다. 김 추기경의 선종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올해의 사건은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살로 삶을 마감하자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떡찰(떡값검찰)’이란 말로 검찰을 비하하는 것을 넘어 ‘견찰(犬察)’이란 신조어까지 유행시켰다.

경제기관들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이 상황에 따라 거듭 바뀌면서 ‘엘리베이터 어낼리시스’란 말도 낳았지만, 경제가 기지개를 켜면서 ‘출구전략’이란 용어가 경제계 최대 화두가 됐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풀린 자금을 적기에 회수하는 ‘출구전략’은 거시경제 정책에 반드시 필요했지만, 기업에 따라서는 사활이 걸린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환경단체의 전용어로 여겨지던 ‘저탄소’와 ‘녹색’에 이명박 정부의 지향성을 합성한 ‘저탄소 녹색성장’은 올들어 정부 경제부처는 물론이고, 여타 사회 관련 부처도 정책에 이 용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예산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있는 용어가 됐다.

하반기 들어 신종 인플루엔자A(H1N1·신종 플루)가 유행하면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른 단어도 단연 ‘플루’였다. 신종 플루의 유행은 조금만 기침을 해도 ‘플루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 것을 넘어 경제계는 물론이고 문화계와 종교계 등 사람을 모아야 하는 모든 분야에 타격을 주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