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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타 앤 조이 게재 일자 : 2009년 12월 28일(月)
[AM7]루시드 폴 “전업 선언후 첫 앨범… 겁 났어요”
4집 ‘레미제라블’ 발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학습된 논리로 생성된 음악은 멋있지만 감동과 거리가 멀고, 타고난 감성이 만들어낸 음악은 초라할 지언정 숨막히는 감동을 놓치지 않는다. 루시드폴(본명 조윤석·34)이 최근 내놓은 4집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에서 감성의 포화를 느끼는 건 멋진 경험이다. 전작들이 포크 선율에 얹힌 단출한 사운드로 가슴만을 두근거리게 했다면, 새 음반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의 구석구석을 훑으며 닭살을 돋게한다. 그 전율의 힘이 오로지 그의 타고난 감성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었다.

“이번 앨범 낼 때, 정말 무서웠어요. 음악으로의 ‘전업’을 선언하고 낸 첫 앨범인데, 음악인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보니, 덜컥 겁이나더라고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스위스 로잔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최근 공학도의 길을 포기하고 음악의 길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그의 전업은 ‘취미 반’ 정도로 여겼던 음악을 다시 보게하는 계기가 됐고, 두려움도 함께 찾아왔다.

“연구소로 향하던 일상의 반복적인 삶에서 자유인이 됐다는 기쁨도 잠시였어요. 처음 몇 곡을 썼는데, 제 노래같지 않은 거예요. ‘이거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는 감성마저 놓치게 되는 건 아닐까, 이러다 기성 작곡가의 작법 패턴을 따라가려고 하는 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했죠.”

24시간 자유를 허락받은 그는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새롭게 시작해야했다. 그래서 곡을 쓸 때 늘 끼고 살던 술을 끊고, 다른 음반을 참고하지 않으려는 고집도 버렸다. 혼자 모든 작업을 도맡았던 1인 수공업 방식은 전문 프로듀서와 공동 작업으로 변화를 모색했다. 그렇게 태어난 4집은 전에 찾아보기 힘든 리듬감과 다양한 사운드 소스, 악기들의 섬세한 조화들이 빛나는 ‘수작’이란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그는 “그간 지켜오던 순혈주의에서 혼혈주의로 음악에 대한 해석력을 좀 더 넓힌 앨범인 것 같다”고 했다. 수록곡 중 ‘절대 청취곡’을 꼽으라면 멜로디, 코러스, 사운드의 촉감이 도드라지는 2번 ‘걸어가자’, 8번 ‘외톨이’, 9번 ‘그대는 나즈막히’ 등이다. 두가지 버전으로 나온 타이틀곡 ‘레미제라블’과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는 ‘고등어’에 가려진, 아니 훨씬 더 대중성과 예술성을 자랑하는 트랙들이다.

“싱어송라이터란 이름을 달고 음반을 냈지만, 이번에 작업하면서 싱어송라이터는 악보를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노트에 메모를 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음악적인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선 재즈쪽에 있는 정수욱씨를 공동 프로듀서로 영입한 거예요.”

그의 음악들은 우리가 흔히 듣던 영미권의 팝 음악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도 존재하지 않고, 후렴을 강조하는 패턴도 없다. 한 곡이 완성된 퍼즐처럼 유기적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잊고 지내던 설렘과 떨림, 온기와 정이라는 감성을 두루 맛봤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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