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강국’ 일본 회사도 ‘게임 강국’ 한국 앞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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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왕국 일본이 한국 온라인게임에 고개를 숙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926년 설립돼 세계 만화계의 거봉으로 우뚝 섰던 일본 집영사는 자사 대표작인 ‘드래곤볼’을 온라인게임(드래곤볼 온라인)으로 만들면서 자국이 아닌 한국에서 오는 14일 최초로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다.

손오공을 소재로 한 드래곤볼은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집영사의 만화잡지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됐으며, 전세계적으로 26개국 언어로 번역돼 무려 3억5000만부가 팔려 나간, 20세기 최고의 히트작이다. 국내에서도 200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30, 40대에겐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만화책.

콘텐츠 왕국 일본의 자존심으로 통하는 집영사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드래곤볼 온라인의 정식 서비스를 한국에서 먼저 시작할 채비를 해오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본이 콘텐츠 강국이라면 한국은 온라인게임 강국이기 때문이다. 집영사측 관계자는 이에대해 “온라인게임 왕국인 한국에서 온라인게임화해 검증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작기간만 6년이 걸린 드래곤볼 온라인은 원작자인 도리야마 아키라가 직접 참여,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일본 반다이와 NTL이 공동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개발을 진행한 NTL의 경우 일본계 회사이지만 국내에 적을 두고 있으며, 디자인을 제외한 개발자 전부가 한국인”이라며 “사실상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는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배급을 맡고 있는 CJ인터넷이 최근 자사 게임포털인 넷마블(dbo.netmarble.net)을 통해 진행한 사전 테스트에는 35만명이나 참가했다.

이뿐 아니다. 일본 주요 게임사인 코에이는 자사의 대표 역사게임인 ‘대항해시대’(PC게임)를 온라인게임으로 5년 전 만든 뒤 지난해 12월 내용을 업데이트하면서 동해를 ‘한국해’로 표기했다. 이 때문에 자국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있으나 코에이측은 “게임 속 배경이 15~17세기인 만큼 당대의 프랑스 고지도를 참고했을 뿐”이라며 프랑스어로 적힌 ‘한국해(MER DE COREE)’ 표기를 고수하고 있다.

이 게임을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CJ인터넷은 오는 4월 한국에 해당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게임의 흐름이 PC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바뀌고 있어 코에이로서도 온라인게임 왕국인 한국 게이머들의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