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새만금 명품도시 ‘아리울’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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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00달러를 넘어선 지 몇년 되지 않은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40년에는 2만달러로 올라설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준비하는 이에게는 세계의 시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함께 앞으로 국내 국토 개발 전략에 있어 황해권의 중요성이 대두돼 온 이유였다. 그리고 그 현실화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작금의 시대적 상황은 20년 전 노태우 정부에서 식량자급을 위한 농지 조성을 위해 새만금사업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서 격세지감을 갖게 한다. 환경 논쟁과 관련된 적잖은 부침이 있었으나 한국 사회에 요구되는 새만금의 역할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했고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29일 발표된, ‘아리울’로 명명된 새만금의 명품복합도시 구상은 그러한 시대적 상황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야심찬 계획으로 보인다. 총 2만8000여㏊에 달하는 새만금 간척지 총면적의 24%에 해당하는 ‘아리울’은 분당신도시의 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 계획을 살펴보면 호수와 수로로 분리된 첨단산업권역, 미래통합기술산업권역, 국제업무권역, 녹색산업권역, 레저·생태권역이 새만금 호수를 중심으로 환상형 도로를 통해 아우러지는 수변도시의 성격이 강조된 구상이다. 아쉬운 점은 벤치마킹했다는 베네치아나 암스테르담이 지닌 역사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이 꼭 문제라기보다는 그 역사를 백지 위에 어떻게 그려 가느냐에 따라 충만한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읽는다.

계획안을 보면서 드는 느낌은 참으로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수도권 신도시 계획 시 규제 완화에 대한 선택과 토지 수용의 문제로 형성된 부정형의 부지 위에 억지로 끼워 넣은 모습이 아닌 계획가들의 의도가 자유롭게 담겨 있다. 복잡한 토지 보상의 문제도 없다. 그래서 더 자유로울 수 있듯이 수도권 신도시들이 밟았던 고층·고밀 개발의 유혹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기회다. 보다 저밀의 환경친화적인 개발 원형을 제시하고 그를 통한 새로운 개념의 경쟁력 강화가 추구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하나, 넘쳐나는 주거 수요를 담기만 한 수도권 신도시들, 그리고 아직은 그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송도신도시와 다른 점은 고용 없이는 도시 개발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도면 위에 국제업무권역, 녹색산업권역이라고 줄만 그어 놓으면 되는 게 아니다. 기업 및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적인 접근과 향후 피말리는 실무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일단 낮은 토지분양가가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수조건이며,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계획의 성공에는, 특히 중요한 기능으로 도입된 레저·생태단지의 성공을 위해서는 새만금의 적정 수질 유지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명품복합도시 구상의 발표에 그러한 불안감을 지울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는 못했다. 아직도 시화호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은 반신반의의 마음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새만금의 개발은 그 선택에 있어 20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듯이 또 다른 20년, 길게는 30여년을 기약하는 사업이다. 조급한 마음에서 동북아시아의 경제 중심지 및 세계적인 수변 레저도시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해칠 수 있는 근시안적이고 불합리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은 당대가 아닌 다음 세대가 변모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그릇의 모양을 만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접근할 때다.

[[이창무 / 한양대 교수·도시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