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리스크의 늪’

국제금융시장이 소버린 리스크(국가부도 위험)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에서 비롯된 소버린 리스크는 여전히 그리스 문제의 해법이 늦어지면서 국제금융시장에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그리스뿐 아니라 국가부채 문제에 시달리는 ‘넥스트(Next) 그리스’가 등장할 우려로 소버린 리스크는 올해 내내 국제금융시장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26일 기획재정부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그리스의 소버린 리스크가 이어지고, 넥스트 그리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올 한해 국제금융시장이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 투자펀드사인 핌코는 올해를 ‘소버린 리스크의 해’로 규정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그리스 문제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굉장히 커져 있는 상태”라며 “올해 내내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소버린 리스크와 관련한 마녀사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소버린 리스크 우려가 개별 기업 수준과 달리 다양한 자산군(群)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벌 소버린 리스크 악재는 간접적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버린 리스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의 국채 투자에 참여하기를 주저하고, 기존 투자분에 대한 대규모 매도 가능성도 높여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또 만약 소버린 리스크가 확산될 경우 낮은 신용등급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조달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허문종 이트레이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는 결국 구제금융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게 되겠지만,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실물경기 회복이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리스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이는 향후 몇 년간 저성장이 예상되는 유로존 경제 전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원기자 e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