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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03월 03일(水)
다시 불붙은 ‘도서정가제 싸움’
■ 규제개혁위 ‘신간도서 최대 19% 할인율 유지’ 논란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출판사·오프라인서점들과 온라인 서점들의 힘겨루기가 재연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2월18일 회의를 열고 신간 도서에 대해 직접 가격 할인과 경품 제공 등을 포함한 전체 할인율을 10%로 제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제동을 걸고‘현행 유지’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신간 도서의 할인은 현행 가격 할인 10%, 경품 9%를 합쳐 최대 19% 할인율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 이에 대해 출판계와 오프라인 서점을 대표하는 9개 단체 대표들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규개위의 조치는 가뜩이나 빈사상태에 빠진 지식문화산업을 시장의 논리에 팽개치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 도서정가제 경과 = 1977년 12월부터 출판·서점업계의 자율결의로 첫 시행된 도서정가제가 법제화된 것은 2003년 출판 및 인쇄진흥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이때 5년 한시법으로 ‘1년 이내의 신간에 한해’ ‘온라인 서점은 10% 할인, 오프라인 서점은 정가 판매’로 정해졌던 규정은 2007년 한시조항을 폐지하고 ‘10월 발행일로부터 18개월 이내의 신간에 한해’, ‘온·오프라인 서점 구별없이 10% 할인’으로 개정됐다.

그러던 것이 2009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고시에서 가격의 10%를 초과하는 경품제공 금지조항을 삭제, 사실상 무제한 경품제공의 길을 텄다. 이에 대해 출판·서점업계가 반발하자 규개위 전체회의에서 도서에 대한 경품은 종전 경품 고시대로 2010년 6월30일까지 1년간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현행 도서할인율 10%에 더해 9%의 경품 제공이 가능한 것은 이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후 정부는 출판산업의 특수성을 주장하는 출판·오프라인서점 업계의 의견과 출판물에 대한 경품 제공만을 경품 고시에서 별도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내 의견을 감안, 출판문화산업진흥법 등 관련법령을 개정해 문제를 해결키로 했다. 인터넷 서점들의 경쟁적인 경품 제공을 도서정가제 파괴행위라고 반발해오던 출판업계와 서점업계는 이번 기회에 직접할인이나 마일리지 등에 대한 구분없이 전체 할인율을 10%이내로 묶기 위해 노력했고, 지난해 12월 입법예고된 출판문화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 온라인 서점 반대 =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자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대형 인터넷 서점들은 시장논리에 반하는 행위라며 독자를 동원한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홈페이지에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띄우고 서명운동을 벌인 것이다.

대형 인터넷 서점들은 “상품을 구입할 때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것은 할인이라기보다 재구매를 하는 단골고객을 위한 것인데 이를 유독 도서에만 제공할 수 없게 제한하는 것은 출판계의 시장자유경쟁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가격 규제로 소비자들이 도서구매를 기피하는 현상을 불러 장기적으로 출판계에도 손실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상당수 독자들은 “가뜩이나 책값이 비싼데 할인까지 막느냐”며 서명에 동참했다. 공정위도 지난 1월 문화부의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제출, 인터넷서점의 손을 들어 주었다.

◆ 출판·오프라인서점 반발 = 출판계와 오프라인 서점들은 다양성과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지식문화산업을 시장의 잣대로 죽이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출판은 냉장고나 TV와 같은 가격경쟁상품이 아닌, 가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가치경쟁상품”이라며 “가치상품을 가격경쟁의 논리에 맡긴다는 것은 책의 가치보다 가격의 유불리에 따른 기준으로 책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게 해 좋은 책의 출판과 판매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좋은 책의 출판이 위축되면 결국 돈을 벌기 위한 상업출판만이 횡행할 것이고, 이는 독자뿐 아니라 국가의 지식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할인을 앞세운 인터넷 서점은 새로운 독서인구를 창출했다기보다 중소형 서점의 독자를 잠식했을 뿐”이라며 “도서할인 경쟁은 중소형 서점들의 몰락과 대형 인터넷 서점의 비대화라는 결과를 초래해 서점의 독과점에 따른 피해가 출판사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 등장 후 일반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독서진흥 운동의 보루 역할을 해온 중소형 서점이 몰락했을 뿐 아니라 일부 대형 출판사를 제외한 대다수 출판사들도 대형 인터넷 서점들로부터 출고가 저하 및 경품 제공 협박 등으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출판·서점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대규모 서명운동은 물론이고 행정소송 등 강력한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미 2008년 현재 전체 도서 판매실적의 32%를 잠식한 인터넷 서점의 역량도 만만찮아 도서정가제의 최종 향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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