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冠의 밴쿠버 영웅들>“2014년엔 金 !… 내 실력이면 충분하대요”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모두 6개의 금메달(은 6·동 2)을 수확했다. 국민들은 연이어 들려오는 메달 소식에 환호하고 열광했다. 그러나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차세대 금메달리스트’들을 발견하는 수확을 거두었다. 설상종목인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에 출전했던 서정화(20·남가주대)도 그중의 한 명이다.

서정화는 대회 예선전에서 27명 중 21위에 머물러 아쉽게 20위까지 주는 결승 진출 자격을 얻지 못했다. “모굴스키는 아직 비인기종목이기 때문에 제가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면 국민들의 큰 관심을 이끌어내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승에도 진출 못해 너무 안타깝습니다.”

프리스타일 스키는 설원 위에서 아찔한 곡예를 펼쳐 보이는 경기로 그중에서도 모굴은 가파른 코스를 뒤덮고 있는 눈 둔덕(mogul) 사이를 재빠르게 빠져나오면서 두 차례 점프로 공중묘기를 펼쳐야 한다.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선 프리스타일 스키에 남녀 스키크로스와 남녀모굴, 에어리얼 등을 합쳐 모두 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서정화는 이번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난해 3월 일본 이나와시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30위권에 진입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서정화는 이후에도 주로 일본에서 열린 FIS(국제스키연맹) 레이스와 내셔널 챔피언십 등에 출전, 대부분 20위권 안에 들었다. 급기야 올림픽 개막전인 1월9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12위까지 성적을 끌어 올렸다.

국제대회에서 성가를 높이며 서정화의 ‘엄친딸’로서의 면모가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서정화는 스키 마니아인 아버지 서원문(51·인쇄업)씨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 모굴 스키에 빠져 들었지만 학업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경기 남양주 진건중 재학시절 전교 1등을 도맡아 했고, 서울외고 영어과에 다니면서는 미국 남가주대(USC)뿐 아니라 뉴욕대, 일리노이주립대, 조지워싱턴대, 에모리대에 동시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3월부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서정화의 국제대회 성적과 학업 능력 등을 높이 평가, 매달 1500달러(약 168만원)의 장학금도 제공했다. 한때 법관도 꿈꾸었다는 서정화는 현재 남가주대에서 인간의 신체 능력을 최대화하는 ‘휴먼 퍼포먼스’를 전공하고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30세를 전후해 전성기를 맞고 있어요. 나이로만 보면 저로서는 2014소치동계올림픽 뿐 아니라 그 이후 대회에도 나갈 수 있는 셈이죠. 주변에서 도약의 높이와 스피드를 보완하면 2014대회에서 충분히 금메달도 따낼 수 있다고 격려해 주십니다. 그런데 체계적인 훈련이 현실적으로 부족해요.”

이와 관련, 서정화는 가장 큰 문제로 전담코치의 부재를 들었다. “코치 없이 해외로 혼자 다니면 체계적인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아요. 코치가 없으면 이동 수단 등 경기 외적인 일까지 모두 챙겨야 하는데 그러면 훈련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 프리스타일 국가대표 코치인 김춘수 코치는 경기 이천의 지산리조트 직원으로 해외 훈련 등에 서정화와 동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밴쿠버에서 귀국한 서정화는 일본 이와나시로에서 열린 프리스타일 월드컵대회에 출전키 위해 곧바로 출국했으나 훈련도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하며 지난 8일 먼저 귀국했다. “정밀검진 결과가 나와봐야 하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아요. 올 여름 호주 전지훈련에는 전혀 문제가 안될 거예요. 12월에는 시즌이 본격 시작됩니다. 열심히 준비해야죠.” 서정화의 당찬 목소리에 2014소치올림픽에서의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