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부르는 몸짓

3월 하순에 때아닌 대설에 사상 최악의 황사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춘래불사춘(春來不似春)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러나 봄은 온다. 제롬 벨, 윌리엄 포사이스, 알랭 플라텔, 강수진 등 전위에서부터 현대무용, 모던발레, 클래식발레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무용스타들의 봄을 부르는 다양한 몸짓들이 이어져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페스티벌 봄’(27~5월4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남산예술센터, 구로아트밸링예술극장 등)=2007년 시작한 이 축제는 현대무용, 연극, 미술, 음악, 영화, 퍼포먼스 등 장르를 넘어서는 국제적 다원예술축제로 자리잡았다.

개막작은 윌리엄 포사이스의 ‘덧셈에 대한 역원’(27, 28일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클래식발레를 미니멀한 기하학적 현대무용 미학으로 일신한 포사이스의 최근 경향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춤과 미디어, 기술, 건축의 만남이 독특하다.

전위예술창작그룹인 ‘우스터그룹’ 영상감독이었던 크리스 콘덱의 ‘죽은 고양이 반등’(31일, 4월1일·서강대 메리홀)은 관객의 입장료를 자본금으로 런던 주식시장에 실시간 투자하는 과정을 드라마로 꾸민 작품으로 자신이 투자한 주식가격이 등락하는 것을 대형 모니터로 펼쳐내며 자본주의라는 롤러코스터가 가져다주는 짜릿함과 허무함, 나아가 그 이면까지 맛보여 준다. 작품 제목은 주가가 일시에 폭락할 때 잠시 반등하는 현상을 뜻한다.

또 지난해 작고한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슈를 추모하는 세들라베무용단의 ‘아웃 오브 컨텍스트 - 피나 바우슈를 위하여’(4월2, 3일·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위 사진)와 제롬 벨의 ‘루츠 푀르스터’(4월8, 9일·남산예술센터)도 관심을 모은다. 알랭 플라텔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세들라베무용단은 평이하면서도 감각적인 춤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 무용단이다.

이밖에 ▲관객 설문조사를 통해 계속 소집단을 나눠가며 만들어내는 관객 참여 상황극인 로제르 베르나르 연출의 ‘공공영역’(4월17, 18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코’의 연출과정에 대한 강의를 무대화한 오페라연출가이며 화가인 윌리엄 켄트리지의 퍼포먼스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내 말이 아니다’(4월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002년 한·일월드컵의 명승부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을 토티와 안정환 2명으로 풀어낸 이탈리아 마시모 푸를란의 2인극 ‘우리는 한 팀’(5월4일 상암월드컵경기장) 등 기발한 상상력의 작품들이 펼쳐진다. 02-741-3931

◆강수진 갈라 ‘더 발레’(4월9~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아래)씨가 클래식과 모던을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꾸몄다.

쇼팽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중편 길이의 쇼팽 음악에 존 노이마이어가 안무한 ‘까멜리아 레이디’ 하이라이트와 우베슐츠 안무의 ‘스위트 No.2’를 국내 초연한다. 또 ‘현대무용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지리 킬리언 안무의 ‘구름’ 등 모던발레 7편을 선보인다. 강씨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동료 마레인 라데마케르, 캐나다국립발레단 주역무용수 제이슨 레일리, 볼쇼이발레단 출신 서호주발레단 예술감독 이반 카발라리 등과 호흡을 맞춘다. 02-318-4301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