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격당한 대한민국… 엄정한 대응 준비해야

15일 인양된 천안함 함미(艦尾)의 처참한 모습과 함께 늠름했던 천안함 수병(水兵)들이 태극기에 덮인 시신으로 ‘귀환’하는 모습은 국민적 비탄 속에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더 분명하게 일깨워주고 있다.‘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는 사실이다.

천안함은 명백한 공격 의도를 가진, 강력한 어뢰에 기습당해 두동강나면서 침몰한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공격 주체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한국민은 물론 전세계가 심증을 더 굳혀가고 있다. 이 때문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온 사랑하는 아들, 남편, 아버지, 동생, 형, 오빠 앞에서 오열하는 유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국민이 안타까움과 슬픔 속에 분노를 삼키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이 어떤 적의 기습 공격에 의한 것이 확실시되는 점에서 사망·실종 장병들에 대한 전사자 처리와 그에 상응하는 예우는 당연한 일이다.

공격 주체일 개연성이 더 커지고 있는 북한은 태양절로 떠받드는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 전날인 14일 밤 평양에서 불꽃놀이를 벌였다. 이날 낮에는 해군사령관을 대장으로 진급시키는 등 군장성 100명에 대한 대대적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열린북한방송은 16일 북한 내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 정권이 천안함 침몰을 한국의 자작극으로 몰아가면서 내부 결속과 대남·대미(對南對美) 적대심 고취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은 반드시 공격의 주체를 과학적으로 확인해 엄정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범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침몰 초기에 “북한 연루 증거가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으로 일관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역시 인식의 전환을 비치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4일 “한국 함정 침몰과정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면서 “그 이후에 6자회담에 대한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해 천안함 사태 해결 전에는 6자회담 재개가 어려울 것임을 밝혔다. 뒤이어 15일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역내 행위가 6자회담 재개 환경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친다”며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의) 확실한 결과가 나온다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이 어뢰 공격이라면 어뢰나 추진 스크루의 파편, 폭약의 흔적이 있게 마련이다. 침몰 해역의 바다 속을 철저히 수색하고, 천안함 파손 부위와 내외부에 대한 초정밀 감식을 해야 함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첩보위성의 당시 기록 등도 입수·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좌파정권 10년을 거치면서 무장해제되다시피 한 안보의식과 대북(對北) 경각심을 더 높이고, 국가 안보 시스템의 전면 재정비도 해야 한다. 북한은 120여만명에 가까운 병력을 보유하고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면서 적화통일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선군(先軍)정치를 내세운 병영국가이며, 금강산의 한국 부동산에 대한 일방적 동결 조치가 보여주듯 일상적으로 상식과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호전적 집단임을 잊어선 안된다. 미국인들은 9·11테러 이전과 이후의 미국은 다른 나라라고 말한다. 국내적으로는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인권 침해 논란까지 감수하면서 패트리어트법을 제정하는 등 국가 안보 시스템을 강화했으며, 대외적으로는 아프간·이라크 전쟁까지 불사했다. 도널드 커크 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기자가 15일 서울에서 한 강연을 통해 “9·11테러가 미국인의 무기력함을 깨워 안보 경각심을 갖게 했던 것처럼 천안함 사건은 한반도 전쟁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엄정한 대응의 준비에는 군사적·외교적·경제적·사상적 측면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직접적인 군사적 응징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면 적어도 획기적인 방어력 증강과 안보 태세 강화 등에 나서야 할 것이다. 외교적으로는 6자회담을 비롯한 각급 양자대화를 유보·중단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정부 및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을 유보·축소하고, 중국의 대북 역할 역시 재조정을 요청해야 한다. 국회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 있는 북한인권법 제정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자유세계의 실상과 북한 체제 허구성을 알도록 하는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국제 공조의 강화·확대 또한 엄정한 준비의 일환이어야 함은 더 말할 나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