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모르고… 패스워드는 잠겨있고… 속터지는 ‘디지털 遺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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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터넷 보안업체 대표인 제레미 토먼은 최근 할머니가 94세로 사망한 후 인터넷 계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생전에 인터넷을 통해 친구들과 접촉해온 할머니였기에 그의 사망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핫메일에 접속하려고 했으나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약정이 맺어져 접근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각종 온라인 계정 유산 관리 문제가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가 하면 사후 인터넷 계정 열람을 지원하는 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005년 미 미시간주 한 법원에서는 이라크전쟁에서 전사한 아들의 e메일을 열게 해달라는 부모의 소송이 진행됐다. 아들을 추억하기 위해 스크랩북을 만들고자 했던 부모는 그의 야후 메일에 접속하려 했지만 약정상 불가능하자 소송을 제기했던 것. 당시 법원은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비록 부모가 승소하기는 했지만, 야후의 인터넷 계정 약정 자체가 바뀐 게 아니어서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다고 FT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토먼은 소송보다는 자신이 생전에 지정한 제3자가 사후에 인터넷 계정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레가시 로커’라는 새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편을 택했다.

이들 프로그램이 성황을 이루는 이유는 40~70대 원조 인터넷 세대의 사망이 그만큼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인터넷 게임 등을 통해 보유한 디지털 자산들의 가치는 미국에서만 10억달러에 달한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