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12.11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학술
[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05월 11일(火)
박문수, 암행어사 한번도 한 적 없다
심재우 교수, 논문 ‘역사 속 박문수와…’서 밝혀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보물 제1189호로 지정된 박문수 초상화. 문화재청 제공
조선시대 왕의 특명을 받고 지방에 파견된 관리인 어사(御史) 또는 암행어사(暗行御史)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인물이 하나 있다. 영조(재위 1724~1776) 때 활약한 온건파 소론계 관료인 박문수(朴文秀·1691∼1756)가 바로 그다. 박문수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탐관오리를 징계하고 백성들의 원한을 풀어 주는 해결사였던 어사, 특히 암행어사의 전형으로 각인돼 있다. 상대를 기죽이는 관복 대신 남루한 차림으로 전국을 누비며 백성들과 함께 호흡한 정의의 심판자로 묘사된 ‘암행어사 박문수’는 현재 ‘위인전’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각종 출판물의 단골 메뉴 중 하나다.

하지만 박문수에 대한 연구 결과, 그가 실제 어사로 활약한 횟수와 기간은 모두 4차례, 1년여에 불과하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암행어사로 파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선후기 사회사를 전공한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오는 17일쯤 발간될 학술저널인 ‘역사와 실학’ 41집에 기고한 ‘역사 속의 박문수와 암행어사로의 형상화’라는 논문에서 “실제 역사 속의 박문수와 오늘날의 박문수 이미지에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조선시대에도 박문수를 어사 또는 암행어사로 주목하는 분위기가 있긴 했지만 그가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대명사로 확고히 자리 잡은 것은 20세기 들어와서의 일이라는 것.

심 교수는 “일제강점기 초기 영웅·위인을 필요로 하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1915년 발간된 작자 미상의 소설 ‘박문수전’과 광복 이후 군사독재 시절인 1970∼1980년대 위인전집의 성행이 박문수가 전설적인 암행어사, 이상적 관리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역설했다.

조선시대 어사는 관리의 득실과 민정을 비밀리에 조사하는 ‘암행어사’와 감진(監賑)·순무(巡撫) 등 특별한 임무를 띠고 별도로 파견되는 ‘별견어사(別遣御史)’로 나뉜다.

심 교수가 ‘조선왕조실록’과 고령박씨 후손이 소장한 ‘박충헌공(박문수)연보’, 최근 연구 성과 등을 토대로 박문수의 어사 이력을 분석한 결과 그는 ▲1727년 영남안집어사(嶺南安集御史) ▲1731년 영남감진어사(嶺南監賑御史) ▲1741년 북도진휼사(北道賑恤使) ▲1750년 관동영남균세사(關東嶺南均稅使) 등 모두 4차례 별견어사로 파견됐을 뿐이다. 앞의 3차례는 모두 흉년에 기민 구제 등 진휼을 감독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며 마지막은 양역(良役)의 폐단을 바로잡고 세금을 정하는 법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어사 시절 활약상을 생동감 있게 보여 주는 관찬기록도 많지 않은 박문수가 여러 문헌 및 구전설화를 통해 어사의 대명사가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심 교수는 어사 박문수 이야기 속에는 관찰사 등 지방관으로 활약한 그의 정치 행적이 반영돼 있다고 추정한다. 병조판서와 호조판서를 지낸 박문수는 군정(軍政)과 세정(稅政)에 밝은 ‘행정의 달인’이었으며 1729년 여름 경상도관찰사로 재직할 당시 함경도 지역에 홍수가 난 사실을 간파한 뒤 조정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도내 제민창(濟民倉)의 곡식을 함경도에 보낼 정도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돌보는 데 힘썼다. 1732년 전국적으로 큰 흉년이 들었을 때도 진휼을 담당하는 관리였던 그는 서울로 몰려든 백성들의 구제에 힘써 수많은 기민들을 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에 정조 때 지방에 활발히 파견된 암행어사 관련 일화들이 박문수 이야기로 수렴됐다는 게 심 교수의 설명이다.

심 교수가 당대 민중의 박문수상(像)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임하필기(林下筆記)’ 등 18~19세기 야담집을 검토해 본 결과 그는 19세기 당시에도 암행어사로 활약한 몇 안 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사의 대명사로 민중에게 확고하게 뿌리내리지는 못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청구야담(靑邱野談)’ 등 조선후기 야담집에 박문수 관련 설화가 17편이나 수록돼 있지만 이들 야담집에선 박문수 이외의 어사에 관한 이야기도 10편이나 확인된다.

197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구전설화를 모은 ‘구비문학대계’에 210여 개의 박문수 설화가 등장하고 있음을 지적한 심 교수는 “조선후기 당대만 해도 어사 이야기의 주인공을 박문수 혼자 독점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정말 기적같다”… 60년만에 우승 베트남 전역이 축제장
▶ “새끼 보호하는 닭처럼 싸웠다”… ‘퇴장당한 박항서’에 찬..
▶ “근무중 와이파이 끊는다고 투쟁?… 현대차 노조원인게 부..
▶ 성인배우 이채담 “남자분들은 나를 많이 아실 것”
▶ ‘박항서 매직’ 또 베트남 홀리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새끼 보호하는 닭처럼 싸웠다”… ..
‘3년7개월간 불륜’ 들통난 현직 판사에..
엘사 때문에 등골도 휘고 맘충도 됐다..
글로벌 시장 향해 ‘으르렁’… K-팝 ‘D..
안중근 재판 묘사한 그림, 국가문화재..
topnew_title
topnews_photo - ‘와이파이 투쟁’ 내부 역풍 스포츠·영화 동영상 보면서 위험천만 車부품 조립작업 사측, 사용시간 제한했다 노조 특근거부에 다시 풀어 조합원들 “주위서 비웃어” 현장·홈피서 잇따라 항의현대자동차 노조가 회..
ㄴ 동영상 빠진채 車조립… 임금 2배인데 생산성은 70%수준
“정말 기적같다”… 60년만에 우승 베트남 전역이 축..
“서울 年 1763명 초미세먼지 탓 조기사망 확인”
한국당, ‘4대 비리’ 연루자 무관용 공천 배제
line
special news 장희웅 “여동생 장지연 돌아이, 김건모는 기인”
탤런트 장희웅이 여동생인 피아니스트 장지연과 가수 김건모의 열애 비하인드를 털어놓았다.장희웅은 1..

line
감찰무마 의혹 조국 피의자신분 곧 소환
불법에 몰염치, 내년 예산 정당성 있나
핀란드 내각 19명중 여성이 12명
photo_news
‘박항서 매직’ 또 베트남 홀리다
photo_news
성추문 김건모, ‘미우새’서 못 본다…“추가촬영..
line
[지식카페]
illust
공전궤도 변하고 충돌로 분리되고… 영원불변한 ‘행성’은 없다
[Global Focus]
illust
젊은층·중도성향 부동층 ‘브렉시트 저지’ 전략적 투표 최대변수
topnew_title
number “새끼 보호하는 닭처럼 싸웠다”… ‘퇴장당한..
‘3년7개월간 불륜’ 들통난 현직 판사에 정직..
엘사 때문에 등골도 휘고 맘충도 됐다!
글로벌 시장 향해 ‘으르렁’… K-팝 ‘DNA’ 심..
hot_photo
양준일·태사자, 뉴트로 정수 ‘슈가..
hot_photo
성인배우 이채담 “남자분들은 나..
hot_photo
택시와 충돌사고 낸 BTS 정국 기..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