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목숨건 골프… ‘삶의 지혜’ 홀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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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의 골프 / 밥 미첼 지음, 김성 옮김 / 문학동네

이 책은 골프 관련 실용서적이 아니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골프 예찬서이며, 매우 실용적인 자기계발서다. 게다가 소설 같은 구성에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까지 갖추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지냈으며 문학박사인 저자는 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음을 절묘하게 보여 준다.

책의 주인공 엘리엇 굿맨은 어느 날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생사의 기로에 선다. 그런 그에게 거짓말처럼 나타난 하느님은 목숨을 건 골프시합을 제안한다. 자신과 18홀 골프게임을 벌여 엘리엇이 이기면 살아나고, 지면 죽는다는 것이다. 18홀에 자신의 남은 인생이 걸렸다는 사실에 긴장하는 것도 잠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시작으로 피카소, 프로이트, 존 레넌, 소크라테스, 베토벤, 셰익스피어, 간디 등 인류역사의 비범한 인물들이 매 홀마다 하느님의 ‘대타’로 등장한다. 엘리엇은 번갈아 등장하는 그들과 매 홀을 돌면서 인생의 비밀을 파악해 간다.

첫 상대로 나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두 번의 샷을 통해 빈틈없는 계획과 정확하게 실행에 옮기는 법을 일깨운다. 첫 홀을 패한 엘리엇은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켜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다. ‘계획을 세우고, 명확해질 때까지 심사숙고하라. 그다음 마음을 비우고 그저 실행에 옮겨라’는 것이다.

모세와의 라운딩은 ‘정의’의 문제에 대해 고민케 만든다. 골프 또는 인생은 공평한가라는 문제를 곰곰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존 레넌과 네 번째 홀을 돌고 난 엘리엇의 뇌리엔 또 다른 진실이 떠오른다.

“맞아! 실력이 문제가 아니야. 승패가 중요한 것도 아니지. 바로 그거야… 즐기는 것! 코스에서 존은 얼마나 즐거워 보였어? 팔짝대고 총총거리고 흥얼거리고 노래하고 미소 짓고 깔깔대고….”

이렇게 매 홀을 돌면서 이기기도, 지기도, 비기기도 하며 상대에게서 인생의 진실을 하나씩 배워 나가는 주인공. 마지막 18홀에서 엘리엇은 아쉽게도 단 1㎜ 때문에 패하고 만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경기를 하며 상대의 태도를 면밀히 관찰하고 장점을 받아들이려 한 그에게 하느님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엘리엇은 그 이유를 깨닫는다.

“나는 나에게 진실이고 의미 있는 것만 받아들였어. 실패하면 의문을 품고, 고민을 했고, 교훈을 얻었지. 다빈치에게선 결단력을, 모세에게서 정의를, 레넌에게서 즐거움을, 프로이트에게서 집중력을, 소크라테스에게서 자각을, 잔 다르크에게서 노력을, 작은 베이브에게서 겸손을, 먼로에게서 자만의 위험을, 피카소에게서 자립심을, 링컨에게서 성실을, 베토벤에게서 열정을, 셰익스피어에게서 인간성을, 베이브 루스에게서 재능의 다양성을, 콜럼버스에게서 모험심을, 간디에게서 마음의 평정을, 벤 호건에게서 과감성을, 하느님에게서는 살아 있는 마음을….”

무엇보다 책은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발명의 대가답게 자신의 클럽을 직접 제작해 사용하고, 존 레넌은 비틀스의 노래 가사를 자유자재로 적절하게 구사하며, 메릴린 먼로는 묘한 장면을 연출하면서도 외모와는 또 다른 진실을 전달한다. 아울러 그야말로 박학다식한 저자는 책 전반을 통해 음악, 여행, 미술, 스포츠 등 다방면의 지식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골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충분히 재밌게 골프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더욱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책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저자는 세밀하게 골프 경기와 자신의 인문학적 지식을 결합시켜 독자에게 전달한다. 골프에 대한 예찬도 만만찮다. 엄청난 스포츠광이기도 한 저자는 책 곳곳에서 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 예로 등장인물 중 한 명인 간디의 입을 통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골프에서나 인생에서나 부드러움에서 나오는 힘이 있어요. 인내를 통해 성과를 이룰 수 있고, 양보를 하며 앞으로 나아가지요. 극기를 통해 열매를 얻습니다. 금욕으로 충만함을 얻고, 타협을 통해 이득을 얻으며, 겸손함으로 승리를 얻고, 희생을 통해 보상을 받게 됩니다. 용서, 친절, 무욕, 사랑 같은 바른 행위를 하게 되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되고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골프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전념하고 저기 놓여 있는 저 작은 볼을 잘 다루는 것이 그 시작입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