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으로 공기업 간부 포섭 ‘北 여간첩’ 적발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공기업 간부와 여행사 직원 등을 포섭해 국가기밀 정보 등을 빼낸 북한 여간첩이 적발됐다.

국가정보원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서울지하철 내부 문서등을 북한에 보낸 혐의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 김 모(36·여)씨와 전직 서울메트로 간부 오 모(52)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6년 2월 조선족으로 위장해 중국 후난성 장자제의 한 호텔 경리로 취직해 현지에서 화장품 가게와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인터넷 화상 채팅과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오씨 등으로부터 각종 국내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또 오씨로부터 서울지하철에 관한 국가기밀 문건을, 여행사 일을 하는 장 모(45)씨와 조 모(44)씨로부터 경찰 등 공무원이 다수 포함된 관광객 명단을 차례로 넘겨받아 북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관련기사

조사결과 오씨는 지난 2006년 5월 김씨와 연인 사이로 지내면서 가게 운영비 등 명목으로 3억원을 김씨에게 전달하는등 사실상 동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가 김씨에게 넘긴 자료는 서울메트로 종합관제소 컴퓨터에 저장된 종합사령실 비상연락망과 1호선 사령실 비상연락망, 승무원근무표 등 300여쪽의 기밀 문건으로 서울 지하철 테러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한국에서 오씨와 함께 활동하라는 북으로부터 지령을 받고 탈북자로 위장해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착한 뒤 국내로 잠입했다가 합동신문 과정에서 정체가 발각됐다.

국정원과 검찰은 김씨가 제약공장 약제사로 근무하다 지난 1997년 조선노동당 당원증을 분실한 뒤 분실 책임을 모면하려고 보위부 공작원이 돼 13년간 여러 차례 중국을 오가며 간첩활동을 한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