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새겨진 세계와 한국>‘통일 안될 것’전제 경제계획… 정전협정 반대는 결국 전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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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1953년 기획처에서 만든 경제계획 문서인 ‘한국경제부흥계획서’와 1961년 5·16군사정변 직후 나온 ‘제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시안)’, 1962년 수출진흥긴급대책위원회에서 작성한 ‘수출진흥에 관한 고찰 및 전망’ 등등.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전후복구와 경제개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희귀 자료들이 오는 6월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원장 박상덕) 주최로 열리는 국제기록문화전시회에 대거 출품된다. 대한민국기록관 내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 1부 경제개발 코너에 전시될 자료들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땀흘렸던 우리의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 세대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기록관 내 경제개발 코너에는 모두 18건 내외의 자료가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자료 중에는 대통령기록물인 ‘경부고속도로’(1969)와 ‘지하철종로선 및 수도선 전철 완공 보고’(1974) 등 1960∼1970년대 경제개발의 상징이었던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시 지하철 제1호선 건설과 관련된 중요 자료들도 포함돼 있다.

◆ 경제개발 계획의 전사(前史)와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한국경제부흥계획서’(이하 계획서) = 1961년 설립된 경제기획원의 전신인 기획처에서 1953년 작성한 계획서는 한국의 경제개발계획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를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이 시기 우리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을 전공한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쟁을 전후한 시기 기획처에서 나온 이번 계획서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계획서 자체에는 일자가 분명하지 않지만 당시 신문에 따르면 1953년 2월 중에 입안된 것으로 추정된다. 총 6억2800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원조 5억2800만달러, 자체 조달 1억달러)에 기초해 작성된 계획의 실행 일자는 1953년 7월1일부터 1954년 6월 말까지로 돼 있다. 계획서를 통해 한국정부가 추진했던 산업부흥 정책의 우선 순위를 알 수 있다.

전체비용 중 배정 액수가 3.5%(약 2200만달러)에 불과한 농업과 자연자원 복구 및 증산이 첫 번째 순위로 돼 있는데, 이는 전후 식량 사정에 대한 고려와 함께 1950년대 쌀의 대일수출이 주요한 수출전략이었음을 보여준다. 복구 및 부흥사업의 명세에는 조폐지 공장 신설과 화폐공장 복구가 각각 A, B급 우선 순위에 포함돼 있다. 박 교수는 “유엔군이 전쟁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한국정부에서 빌린 ‘유엔군 대여금’이 증가하면서 원화를 계속 찍어내야 했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통일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가상 하에’라는 전제를 달고 계획서가 작성된 점도 흥미롭다. 이는 이승만 정부가 현실적으로 전쟁을 통한 통일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정전협정에 대한 반대가 ‘진정한’ 반대가 아닌, 전략적인 반대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계획서는 미국 및 유엔의 원조기관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획처는 같은 해 8월 당초 예상한 원조액의 3분의 1 정도 수준인 2억달러에 맞춘 ‘원조자금에 의한 경제재건의 기본방침’을 다시 입안했다.

박 교수는 “경제개발이 아닌, 구호에 초점을 둔 원조정책이 1950년대 한국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제대로 입안, 실행할 수 없었던 중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사실상 민주당 정부가 수립한 ‘제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시안)’(이하 계획안) = 계획안은 4·19혁명 직후 수립된 민주당 정부에서 부흥부를 계승한 건설부가 5·16군사정변 직후인 1961년 6월7일 입안, 보고한 것이다.

박 교수는 “건설부가 군사정부의 지시에 따라 20일 만에 종합적인 경제개발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계획안은 민주당 정부에 의해 수립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1961년 말 국가재건최고회의와 1962년 초 경제기획원에서 입안된 경제개발계획안의 내용은 밝혀졌지만 민주당 방안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따라 군사정부가 민주당 정부의 정책을 훔쳤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민주당 정부의 계획안은 ▲전력, 석탄 등의 전략적 부문에 대한 중점 투자를 통해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유휴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국토의 개발과 고용의 확대를 꾀하며 ▲농업생산력을 증대해 국민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등 세 가지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 교수는 “1950년대 이래 기획처와 부흥부가 입안한 부흥계획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유휴자원의 활용과 국토개발, 고용 확대 부분 등은 이전의 논의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계획안은 기준연도(1959년)로부터 46.8%의 국민총생산(GNP)의 증가를 달성할 것을 목표로 했으며 제1차 연도(1962년) 5%로부터 목표연도(1966년)에는 6.9%로 계획연도가 진전함에 따라 성장률 상승을 예측하고 있었다.

계획안도 당시 식민지에서 해방된 개발도상국들이 선호했던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채택했다. 그러나 1958년부터 진행된 해외원조의 급감 현상을 충분히 고려한 점 등은 이전의 계획들과 다른 측면이다. 계획안의 가장 큰 특징은 굶더라도 수출해야 한다는 ‘기아수출’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수출 증대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들이 고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수출주도형 산업화 전략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계획안에서 이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며 “민주당 정부의 고려인지, 군사정부 초기에 새롭게 고려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계획안은 수출주도 산업화 전략이 1960년을 전후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시리즈 관련 전문연구자 자료 분석 원문

■ 1953년 작성된 ‘경제부흥계획서’와 ‘원조자금에 의한 경제재건계획의 기본방침’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개발계획은 1960년대 이후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일부 연구자들이 195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시작되었음을 밝히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까지 드러나지는 않았다. 특히 1953년 유엔에서 나온 네이산 계획과 1959년에 부흥부에서 입안한 산업개발 3개년 계획의 내용과 경위는 밝혀졌지만, 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기획처에서 나온 계획의 내용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국가기록원에서 공개한 최근 자료들에 의하면 경제개발계획의 전사(前史)와 기원을 추적할 수 있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1953년에 나온 ‘경제부흥계획서’이다. 1961년 설립된 경제기획원의 전신이 부흥부라면 부흥부의 전신인 기획처에서 발표한 이 계획은 총 6억2천8백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원조 5억2천8백만 달러, 자체 조달 1억 달러)에 기초하여 작성되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시 계획성 있는 경제정책의 마련을 위해 설치된 기획처는 태평양 전쟁기 일본의 기획원을 모델로 한 기관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부흥계획서 자체에는 일자가 분명하지 않지만, 당시 신문에 따르면 1953년 2월 중에 입안된 것으로 보인다. 계획의 실행 일자는 1953년 7월 1일부터 1954년 6월 말로 되어 있다.

계획의 내용을 보면 당시 한국 정부가 추진했던 산업부흥정책의 우선 순위를 보여준다. 순위로는 제일 마지막에 있는 군사원조가 약 21.1%(1억3천2백만 달러)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며, 네 번째 순위인 교통통신과 전력 등 사회간접 자본의 복구 및 확충에 16.3%(약 1억2백만 달러), 광공업에 8.6%(약 5천4백만 달러), 그리고 첫 번째 순위인 농업과 자연자원 복구 및 증산에 3.5%(약 2억2천만 달러) 등을 배정하고 있다. 배정 액수에서는 작지만 농업이 1순위로 설정된 것은 전후 식량 사정에 대한 고려와 함께 1950년대에는 쌀의 대일수출을 주요한 수출전략으로 삼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후에 유엔에서 입안한 네이산 보고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복구 및 부흥사업의 명세를 보면 토지개량, 어선 건조, 연초공장, 염전개발, 비료공장, 세멘트 공장 건설 등이 우선순위 A급에 포함되어 있는 반면, 산림, 농업조사연구비, 발전시설 확충 등은 우선순위 B, C급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세부 명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조폐지 공장 신설과 화폐공장 복구가 각각 A, B급 우선순위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쟁 기간 동안 유엔군이 전쟁비용을 위해 한국 정부에서 대여한 ‘유엔군 대여금’이 증가하면서 원화를 계속 찍어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전쟁 인플레이션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 계획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계획 수립의 목표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 통일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가상 하에 전쟁 수행에 대한 최대한 기여와 최대한 자급을 기하려는데 있음’이라는 구절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계획이 나온 시점과 관련해서 이러한 계획수립의 목표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즉, 이 계획이 입안된 1953년 초의 시점은 은 소련에서 스탈린이 사망하고, 미국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움직임이 국내외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이승만 정부는 정전을 절대로 반대하고, 만약 미국과 유엔이 반대한다면 단독으로라도 북진을 추진하겠다고 단언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문서에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한국 통일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가상 하에’라는 전제를 달고 있다. 이는 이승만 정부가 현실적으로 전쟁을 통한 통일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이 문서는 이승만 정부의 정전협정에 대한 반대가 ‘진정한’ 반대가 아니라 전략적인 반대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한국 정부는 내심 전쟁을 통한 통일이 단기간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정전협정 반대를 통해 미국과 유엔으로부터 무언가를 더 얻어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반공포로석방을 통해서 정전협정 체결 이전에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을 수 있도록 추진했던 것과도 조응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획처의 부흥계획은 미국 및 유엔의 원조 기관으로부터 동의를 얻어내지는 못한 것 같다. 따라서 기획처는 동년 8월 ‘원조자금에 의한 경제재건계획의 기본방침’을 다시 입안하였다. 미국과 유엔에 의한 원조자금은 애초 부흥계획에서 상정했던 6억 달러의 1/3밖에 되지 않는 2억 달러로 계상되어 있다. 예정된 복구 자금이 감액된 만큼 구체적인 계획안 투자 금액의 축소는 물론 전체적인 계획의 내용 역시 기본 산업 시설, 수송시설, 문화시설 등으로 축소, 단순화되었다.

축소된 계획에서 눈에 띠는 것은 기업체의 조직 및 운영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었다. 1945년 이후 일본인 기술자와 자본의 철수, 그리고 1950년 이후 3년간 계속된 한국전쟁으로 인해 산업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승만 정부는 부흥계획 상에서 새로운 방안을 내 놓는다. 즉, 비료, 세멘트, 판초자 등 신규사업은 정부에서 기업체를 창설하고 주밀한 지도감독 아래 직영 형식으로 완성한 후 민간 기업에 이관하는 방안을 내 놓은 것이다.

이상과 같은 1953년에 기획처에서 나온 두 계획안을 보면, 정전협정을 전후한 시기 한국 정부가 복구와 재건을 위해 계획을 입안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계획들은 시멘트, 비료 등 복구에 필요한 산업 분야, 산업생산 확충을 위해 석탄, 전력, 운송시설 확충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당시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대한 원조정책은 이러한 이승만 정부의 정책과 조응하지 않았다.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증가된 군사비 및 대외원조의 감축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과 같은 분쟁 지역에서의 안정을 위하여 신규투자를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막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획처는 1953년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계획을 수정, 입안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한미 간의 경제정책 상에서의 갈등은 1950년대 한국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제대로 입안, 실행할 수 없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이러한 상황은 구호에 초점을 둔 원조에서 경제개발계획 원조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케네디 행정부까지 계속된다. 결국 1960년까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에서는 재건을 위한 계획과 반 인플레이션 안정화를 위한 계획 사이에서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 5.16 쿠데타 직후 입안, 보고된 ‘제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시안)’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제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시안) 보고의 건’ 제하의 문서는 민주당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안이다. 1961년 6월 7일에 입안, 보고된 이 문서는 5.16 쿠데타가 실행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나온 보고서이다. 이 문서가 나온 시기를 고려하면 군사정부가 당시 경제개발계획 실시에 의한 경제제일계획의 실시를 얼마나 중요한 정책으로 고려하고 있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계획을 전달한 건설부는 4.19 혁명 직후 수립되고 5.16 쿠데타로 몰락한 민주당 정부가 이승만 정부 하에서의 부흥부를 계승한 기관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볼 때 이 계획은 군사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에 의해 수립된 계획이었다. 건설부가 군사정부의 지시에 의해 20일만에 종합적인 경제개발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계획은 내용적으로 이승만 정부에 의해 1959년 말에 입안된 산업개발 3개년계획의 내용을 계승하면서도 민주당 정부에 의해 일부 수정, 첨삭된 내용을 기본적인 골자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부는 초기부터 경제제일주의를 내세웠지만, 환율의 현실화, 공공요금의 인상 등을 요구한 미국의 요구로 인해 1961년 3월이 되어서야 계획의 구체적 입안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계획안에 필요한 미국의 원조 자금을 요청하기 위해 건설부의 관료들이 미국에 가 있을 때 5.16 쿠데타가 발생했다. 당시 정책 입안에 참여했다가 정책 설명을 위해 워싱턴에 있었던 경제관료 차균희와 이기홍은 미국 체류시에 발생한 쿠데타로 인해 입국 여부를 고민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1961년 말 국가재건최고회의와 1962년 초 경제기획원에서 입안된 계획안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혀졌지만, 민주당 방안의 구체적 내용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이로 인해 군사정부가 민주당 정부의 정책을 훔쳤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공개된 민주당 정부의 계획안은 (1) 전력, 석탄 등의 전략적 부문에 대한 중점적 투자를 통하여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2) 유휴자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국토의 개발과 고용의 확대를 꾀하며. (3) 농업생산력을 증대하여 국민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둔다는 세 가지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1950년대 이래 기획처와 부흥부에 의해 입안된 부흥계획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휴자원의 활용과 국토개발, 그리고 고용 확대의 내용은 1950년대의 경제개발을 위한 논의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다. 이는 민주당 정부에서 추진되었던 국토개발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농업에 대한 강조는 쌀 수출을 추진했던 1950년대 이래의 수출진흥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며, 농업생산력 확대를 통해 ‘구조적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방침은 농가 소득 증가를 통해 내수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2차 산업의 확대를 꾀한다는 것이다. 이는 1950년대 유행했던 ‘빈곤의 악순환’(소득 저하 => 내수시장 축소 => 공산품 생산 축소 => 일자리 감소 => 소득저하)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주 제시되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경제성장을 위해 군 인원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것 역시 제시되고 있다.

한편, 이 계획은 기준연도(1959년)로부터 46.8%의 국민총생산의 증가를 달성할 것을 계획의 목표로 하며, 성장률은 제1차 년도(1962년) 5%로부터 목표연도(1966년)에는 6.9%로 계획연도가 진전함에 따라 성장률 상승을 예측하고 있었다. 이는 1962년 경제기획원에서 발표하는 경제개발계획의 7.1%보다 낮은 것이었지만, 이승만 정부 하의 목표보다는 약간 높은 것이었다.

구체적인 전략부문 산업생산과 관련해서는 미곡 생산 31.6% 증가, 석탄생산 17.8% 증가가 가장 강조되었고, 시멘트, 비료의 증산 등이 계획되었다. 가장 야심차게 계획한 것은 전력과 물자수송으로 각각 300%, 94%의 증가를 목표로 하였다. 아울러 이러한 계획을 통해 ‘수입대체효과’에 대한 기여를 목표로 했다는 점 역시 주목된다. ‘수입대체’ 전략은 수출주도 산업화전략에 대비되는 산업화전략으로 1950, 60년대 아시아와 남미의 여러 나라들이 취했던 산업화 전략이다.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외부의 확대된 시장을 보지 않고 내수 시장 중심의 경제전략을 세움으로서 규모의 성장 전략을 선택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당시 식민지에서 해방된 개발도상국들이 모두 선호하는 전략으로서 한국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계획 내용의 비현실성은 목표연도(1966년)에 나타날 산업 구성비의 변화 예측에서도 나타난다. 건설부의 1961년 계획은 기준연도에 비하여 1차 산업과 2차 산업의 구성비가 증가(각각 28.5%에서 34.3%, 20.1%에서 27.8%로)하는 것으로 산정한 반면 3차 산업의 구성비가 감소(41.4%에서 37.9%)하는 것으로 산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2차 산업 구성비의 증가는 1차 산업 생산인구의 흡수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이 1950년대의 계획과 다른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1958년부터 나타나고 있었던 해외 원조의 급감 현상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1950년대 경제개발계획이 미국의 원조를 과대하게 산정함으로써 한미간의 갈등을 노정하였던 반면, 이 계획에서는 현실적인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또한 수출 증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전의 계획과는 다른 눈에 띠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아직은 수출주도형 산업화 전략(내수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의 규모와 성격을 고려한 산업화 전략)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수출 가능상품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해결방안을 제시하려고 함으로써 수출주도형 전략의 단초를 볼 수 있도록 한다. 이 부분이 민주당 정부로부터 고려된 것인지, 아니면 군사정부 초기에 새롭게 고려되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수출을 강조하는 산업, 무역정책이 1960년을 전후하여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계획에서 나타나는 수출 전략은 품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따로 한다는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달하는 상품가치를 보유하도록 함으로써 수출이 증대될 수 있는 품목’, ‘외교교섭을 전제로 하는 품목’(쌀, 해태 등), ‘거래방법의 변경, 시정으로서 수출 증가를 기할 수 있는 품목’(과실), ‘수출가격의 사정과 조절이 수출진흥상 요구되는 품목’(건오징어, 인삼제품, 인삼, 우골 및 골분), ‘산업발전에 따라 수출증가가 예견되는 품목’(鮮魚, 활어, 魚肝油), ‘수출제일주의를 표방하여 소위 기아수출을 감행함으로써 수출증가가 기대되는 품목’(豆類), ‘해외시장에 대한 선전과 개척활동의 부족을 해결함으로써 수출증가가 기대되는 품목’(한천, 해태가공품, 공예품), ‘수출계획 수정을 요하는 품목’(생돈, 중석, 海藥類, 염)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수출 전략을 보면 굶더라도 수출해야 한다는 ‘기아 수출’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수출’ 활대에 많은 강조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눈에 띤다. 이에 따라 ‘수출할 수 없는 것도 수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는 것이 총체적인 정책으로 제시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수출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부의 특별 보조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제안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수출주도형 전략이 1964년 이후에 가서야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기존의 주장은 수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초기 전략이 수출주도형 산업화 전략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고, 무역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정부의 특별 혜택의 필요성까지 제안하고 있다는 점은 수출주도 산업화 전략의 시초를 보여주는 문건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