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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오랜만입니다 게재 일자 : 2010년 05월 28일(金)
‘무장공비’ 김신조 목사 “오랜만입니다”
“北 ‘천안함 시치미’ 상투수법… 南일부 맞장구가 더 문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김신조 목사가 경기 남양주시 삼봉리 성경교육관 베뢰아아카데미하우스와 삼봉성락교회로 이어지는 꽃길에서 성경을 보고 있다. 남양주 = 김선규기자 ufokim@munhwa.com
▲  1968년 1월21일 침투 직후 군·경에 체포돼 송환될 당시의 김신조(왼쪽). 문화일보 자료사진
5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북한강변 풍광 좋은 세 봉우리가 내려다보고 있는 삼봉리 아늑한 계곡 사이에 성경교육관 베뢰아아카데미하우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침례교단 성락교회의 60여개 지교회 중에서도 가장 작은 교회에 속하는 삼봉성락교회와 베뢰아아카데미하우스 33만㎡(10만여평)의 공간은 북한 특수부대 무장공비 출신 귀순자로 성경에 묻혀 사는 김신조(68)목사의 손때와 영혼이 묻어 있는 곳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계곡 물소리와 함께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왔다.

1968년 1월21일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남파된 북한 특수부대원 31명 중 유일하게 생포돼 살아남은 김 목사도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었을까.

남파 당시 20㎏의 군장을 한 채 폭설을 뚫고 1시간에 12㎞를 야간행군했던 27세의 청년은 병약한 노인으로 변해 있었다.

지난해말 받은 심근경색 수술 후유증에 최근 몸살 감기로 목이 잠긴데다 몹시 지친 표정이었다.


인터뷰 = 정충신 사회부 부장대우

“외부 안보강연을 하고, 탈북자 등을 만나느라 지금도 바쁘게 지냅니다. 건강에는 누구보다 자신있었는데…. 목회 활동과 아카데미하우스 관장직을 맡아 신경 쓸 일이 많고 안보강연 등을 자주 다니다보니 겉은 멀쩡한데 속은 성한 데가 없습니다.” 김 목사는 지난해 11월 담임목사직을 그만두고 아카데미하우스 관장직만 맡고 있다. 연간 1만명이 찾는 아카데미하우스를 관리하는 일만도 만만찮다.

김 목사는 4월28일 부인 최정화(65)씨와 서울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의록을 남겼다. 분향소를 찾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북에 당했습니다. 북한이란 나라는 테러국가입니다. 협상이 안되면 마음대로 협박하고, 협박이 안 통하면 멋대로 폭력을 가하고, 폭력이 안 통하면 살상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대화·협상·교류하는 것이 힘들지요. 전에 제가 강의하면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면 이북은 금강산이며 개성공단이며 다 몰수할 것이라고 했어요. 지금 어떻습니까.”

남쪽에서 40년이 넘게 살아 북쪽에서 산 세월보다 많건만 ‘이북’, ‘남한이가’등 김 목사의 북한식 말투와 억양은 여전했다. 김 목사는 인터뷰 내내 “남한 사람들이 이북을 너무 몰라 순진하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궁금했다.

“3월26일 사건이 터지자마자 북한 김정일이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천안함 사건은 이북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저를 비롯한 특수부대원은 남파 당시 인민무력부(국방부) 안의 정찰국 124군 부대 소속이었죠. 지금은 노동당 대남공작 조직을 합쳐 정찰총국이 됐습니다.”

김 목사는 “남파 당시 124군 부대의 정찰국장 김정태는 김일성과 백두산에서 같이 싸웠다는 바로 김책의 아들이었다”며 “이북에서는 북한 해군이나 다른 대남사업 관련단체는 천안함 침몰 사건 같은 대형 사건은 손을 못대며, 1968년 1월21일 사태와 똑같이 제가 있었던 부대인 정찰총국 소속 124군 부대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현희 KAL기 폭파, 동해 잠수함 침투,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등은 모두 정찰국에서 한 것으로, 정찰국은 테러와 살상, 파괴가 전문”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어뢰공격이라며 국방부가 증거물을 제시했는데도 북한은 남한의 날조극이라고 하고 남한 일각에서도 북한 관련설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남파 당시 지리산 빨치산이 남한 괴뢰정부를 반대해 봉기를 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도망가면서 삐라(전단)를 서울시내에 뿌렸습니다. 평양 중앙방송에서는 이같은 내용의 대남방송을 했습니다. 청와대습격사건이 실패로 돌아가 특수부대원들이 사살당하자 북한은 곧바로 자기들 소행이 아니라고 잡아뗐습니다. 날조극이라고 적반하장으로 거짓말하는 것은 북한의 상투적 수법입니다.”

김 목사는 “1·21사태도 북한 김정일이 나중에 시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북한은 도발을 저지르고 난 뒤 설사 나중에 사과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거짓말부터 하는 일을 반복해왔는데 남한의 일부 친북단체와 정치인들이 여기에 맞장구를 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목사는 천안함 사건이 화제에 오르자 목이 아픈 것도 잊었는지 눈을 반짝이며 계속 목청을 높였다. 남파 당시 상황과 귀순 배경,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된 인생역정 등 개인신상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저로선 감사한 게 31명이 남파됐는데 그때 29명이 살상당했습니다. 1명이 살아 돌아갔는데 나중에 탈북자들에게서 별 달고 고위층에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남한에 남게 됐죠. 그때 저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저 혼자 살아남은 것은 부친이 지어준 제 이름, ‘새 신(新), 아침 조(朝)’ 즉, 운명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 믿고 신앙 생활을 해보니 하나님 모르는 불모지 땅에서 31명이 이곳으로 오게 됐고, 유일하게 저 혼자 남에서 살아남은 것은 하나님이 오늘같이 저를 쓰시려고 살려뒀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무장공비 김신조는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도망가다 가지고 있던 수류탄 중 하나를 꺼내 안전핀을 뽑았으나 불발탄이었다. 그는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생포됐다.“만물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저를 사랑하시어 저를 쓰시려고 살아난 것이지 제 이름 때문에 살아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다가 올해 3월로 34년만에 모두 개방된 ‘김신조 루트’ 를 최근 가본 적이 있는지 궁금했다.

“민간단체 등에서 실제 김신조 루트를 궁금해하며 저를 찾기에 가끔 안내하러 갑니다. 지금의 북악스카이웨이로, 송추골짜기에서 비봉을 거쳐 청와대 뒷산 북악산 바로 밑 청와대로 이어지는 습격 코스였지요. 북악산이 개방된 뒤 올초에만 여섯번 정도 갔습니다.”

김 목사는 “청와대 습격 당시 눈이 무릎까지 왔는데, 실탄 350발, 수류탄 14발 등 20kg을 짊어지고 낮에는 숨고 밤에 강행군했다”면서 “비봉에 도착했을 때 몹시 지쳐 숨이 찼으며, 1월21일 밤 10~11시에 청와대를 습격해 박 대통령을 살해하도록 돼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공비들은 세검정 골짜기 버스종점(지금의 파크호텔)에서 도보로 가다가 청와대 정문을 남겨두고 수도경비사령부 검문 병력과 전투가 벌어졌다. 도망가면서 일부는 세검정, 일부는 북악산을 돌아 호경암에서 전투를 벌였다. 김신조 루트 청와대 뒷산 격전지 호경암 등에는 아직도 총탄자국이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천안함 사건 등으로 남북이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있는데 올바른 남북관계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그가 지긋이 눈을 감았다.

“북한 김정일 독재정권이 말하는 동포·민족과 우리가 말하는 동포·민족은 같은 말이라도 속이 다릅니다. 저들에게는 원칙을 분명히 지켜야 합니다. 남북교류는 저들이 우리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합니다. 이북은 우리를 미제국주의 식민지로 보지 주권을 인정 안합니다. 같이 만나더라도 대한민국 주권을 인정한다는 원칙 아래서 만나야 합니다. 남북교류는 그같은 원칙을 세워놓고 이 원칙을 위반하면 협상을 취소해야 합니다. 또 한가지,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야 합니다. 북에 돈 주고 비료며 식량이며 뭐든 다 주면서 우리 마음대로 못하는 데 비해 이북은 도움받으면서도 자기들 마음대로 하지 않습니까.”

김 목사는 “1·21사태 이전에 남한은 북한보다 국력이 약했지만 지금은 외교·군사·경제·스포츠 등 모든 면에서 강해졌다”면서 “왜 저들에게 밀리며 주도권을 못잡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란만장한 김 목사를 지탱해온 생활 신조가 궁금했다.

“제 신조요. 남파된 뒤부터 지금까지 바뀌지 않는 제 신념은 제가 과연 김정일, 김일성 죽이려고 북에 갔다가 잡혔으면 지금 살아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해봤습니다. 그들은 사람 죽이는 데 선수입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을 죽이려고 온 저는 지금 살아 있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이땅에서 사는 그날까지 목회 활동을 하며 하나님 말씀을 가르칠 것입니다. 건강이 따라준다면 이 나라 자유수호와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할 겁니다. 자유를 가지려면 안보가 튼튼해야 하고, 안보를 얻으려면 정신무장이 돼야 합니다. ”

김 목사의 말투는 어느새 설교조로 변했다.

“이북·이남 다 살아봤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3대째 세습 독재체제로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에 많이 당했습니다. 우리 국민 이래서는 안됩니다. 우리 젊은이들 꽃밭에서 자라 의지가 약합니다. 1·21사태를 계기로 우리 군대는 강한 군대, 막강한 군대가 됐고, 지금은 이북 군대보다 나아졌지 않습니까. 제가 넘어올 당시 북한의 특수부대는 10만명에서 지금은 18만명으로, 남한은 당시 공수부대 1개여단뿐이었는데 지금은 10만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김 목사는 안보강연을 다니면서 60세 이상 된 예비역들로부터 “당신 때문에 군에서, 제대하고 나서도 고생 많이 했다”는 푸념을 자주 들었지만 그 소리가 싫지 않다고 했다. “1·21사태를 계기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돼 예비군, 민방위, 특수부대가 만들어졌습니다. 군대 유격훈련 등 훈련강도와 군기가 세졌지요. 하지만 그결과 우리 군대가 강해졌지 않습니까. 강한 군대, 안보가 뒷받침되면서 우리 경제와 외교가 점점 발전했습니다. 반대로 이북은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모든 것을 얻고 나서 북한의 도발과 살상, 잔인성을 잊어버리고 지내다 보니 지금같은 천안함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김 목사는 “이북에서 천안함 사태를 남한에서 날조한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자기네들 입장이 곤란하면 으레 하는 말”이라며 “하지만 대한민국 지도자라는 분들이 이북이 저지른 천안함 사태를 우리에게 부정적인 말로 표현해서는 곤란하며, 정전협정을 위반한 김정일 집단도 문제지만 우리 내부에 더 문제가 있다”고 거듭 말했다.

“김정일을 지지하는 친북 세력들이 남한에 있기에 김정일이 천안함을 어뢰로 도발을 하고 지금까지 세습독재체제를 유지하는 것 아닙니까. 참 답답합니다. ”csjung@munhwa.com
e-mail 정충신 기자 / 정치부 / 부장 정충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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