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신종플루 과잉대응’ 내홍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인플루엔자 A(H1N1·신종 플루) 과잉대응 논란 속에 내홍을 겪고 있다.

22일 AP통신은 신종 플루 대응조치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 구성된 독립기구인 국제보건규정검토위원회(IHRRC)의 29명 위원 중 2명이 WHO와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하베이 파인버그 IHRRC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그동안 위원으로 활동해온 존 매킨지 박사와 앤서니 에번스 박사가 WHO와의 관계 때문에 IHRRC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를 피하기 위해 자진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호주 커틴대 교수이자 열대질병 전문가인 매킨지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의료팀 책임자인 에번스 박사는 지난해 신종 플루가 전세계를 휩쓸었을 당시, WHO의 자문기구인 비상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으로 각각 활동하면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지난 1월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의 제안에 따라 구성된 IHRRC에 이들이 포함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WHO의 대응과정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려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높다”며 비난해왔다.

최근 영국의 권위있는 의학전문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은 신종 플루 대처 가이드라인 작성에 관여한 WHO 전문가들 중 일부가 제약사로부터 보수를 받는 등 이해관계에 연루됐던 사실을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들이 의약품과 백신의 대량구매를 촉구하는 WHO 권고안에 영향을 주어, 연관된 제약사의 이익을 추가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챈 사무총장은 “WHO 의사결정에 상업적 이해관계가 절대 개입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 IHRRC는 내년초쯤 신종 플루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