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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신우 논설고문 게재 일자 : 2010년 07월 09일(金)
노무현 눈물, 이명박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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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위원

똑같은 눈물이라도 사람에 따라 받는 대접이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흘리는 눈물은 대중으로부터 동정을 받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면 되레 꾸지람을 듣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기타를 손에 쥔 채 눈물 흘리는 장면을 홍보 전략으로 내보냈다. 유권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의 눈가에 맺힌 눈물에 애정의 눈길을 보냈다. 한마디로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선거 전략치고는 대박이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게 당연한 일. 노무현의 성공 스토리는 차기 지도자들에게도 훌륭한 벤치마킹 자료였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천안함 폭침 사태 후 대국민 연설 도중 눈물을 훔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TV에 방영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국가 지도자가 함부로 눈물을 흘리며 유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되레 많은 사람에게 타박과 질타를 당해야 했다.

그뿐 아니다. 최근 여권 핵심부에서 마련한 ‘대통령 이미지 분석보고서’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호감도는 그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뭘 해도 싫다’는 쪽이 전체의 44%나 된다. 심지어 50%의 지지자조차 ‘적극적 애정’이 아니라 ‘열심히 치적을 쌓고 있으니 노력은 인정한다’는 방관형에 가깝다는 것이다.

누구는 밤새워 인터넷 댓글이나 달아도 소통이라는 칭찬을 듣고, 누구는 밤잠을 아끼며 일하는데도 칭찬은커녕 무조건 싫단다. 도대체 이유가 뭔가. 그것은 노무현과 이명박이 서로 다른 인간형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데이비드 리스먼은 ‘고독한 군중’에서 현대인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하나는 내부지향형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지향형이다. 이 분류에 따르면 이명박은 전자이고, 노무현은 후자 쪽이다.

간단히 말해 내부지향형은 경제 및 인구 성장기에 프런티어 개척에 필요한 열정과 맹목성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소비자라기보다 생산자로 규정한다. 노동만이 일차적 중요성을 갖는다. 정치는 노동의 세계를 좌우하는 연장의 하나로 여겨진다. 그들은 일체의 상징주의를 배제한 채 리얼리즘만을 추구하려 든다.

타인지향형 인간은 치적에 따르는 명성보다 동료 집단의 애정이 우선이다. 이들의 마음 속에 내재화되는 것은 전통이나 사회적 권위가 부여하는 행위의 규범이 아니라 주변의 메시지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수신장치이며 이를 유포시킬 수 있는 전달장치다. 따라서 실질보다 관계를 중시한다. “경제적 풍요의 시대, 그리고 초기적 인구감퇴기에서는 상징 조작이라는 수단을 구사해 군중을 조종할 줄 아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이들 대중 조작의 명수들은 성격적으로 타인지향형이다.”

이쯤되면 위치 선정의 오류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의 패착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는 전형적인 내부지향형 인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으로부터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렬한 나머지, 사사건건 타인지향형 인간을 흉내내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내리는 평가는 인색하다. 원래 내부지향형 인간은 현대 소비사회에 어울리는 타입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안쓰러운 몸짓은 그럴수록 떠나는 여인에게 매달리는 것과 같고, 얼굴 돌리는 여인을 안으려는 것과 같다.

그럼 내부지향형 지도자는 어떻게 처신해야만 현명한 것일까. 이 대통령에게는 다행히 치적이 있다. 놀랄 만한 경제성장의 기록이 현존하고 있으며, 과거 어느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부동산 투기 잡기에 성공한 정치인이다. 부동산 정책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다. 대중과 정치인의 이미지 교류는 그림자 같고 이슬 같고 번개 같은 데 반해, 공적은 쉽사리 잊어지지 않는 법이다.

옛날 중국 상고사에서 우(禹)는 순(舜)임금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그의 공적 때문이요, 그 사람을 버리게 되는 것도 그의 공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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