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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07월 16일(金)
격동의 역사와 기구한 운명… 그리고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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룽산으로의 귀환 / 조너선 D 스펜서 지음, 이준갑 옮김/이산

책의 주인공 장다이(張岱)는 1597년에 태어나 1684년에 죽은 인물이다. 명말청초의 격변기를 고스란히 체험한 것이다. 생의 전반기에는 부귀를 누리다가 후반기에는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가산을 모두 잃은 채 가난한 소작농이 되는 기구한 운명을 살았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미국 중국사 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다. 2000년대 초반 장다이에게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여러 해에 걸친 연구와 추적 끝에 이 책을 완성했다. 책의 부제 ‘장다이가 들려주는 명말청초 이야기’는 바로 책의 내용이다. 인물을 중심으로 중국 역사를 풀어내는 데 발군의 솜씨를 발휘해온 저자는 특유의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 장다이의 ‘꿈 같은 회상’을 역사로 재현해냈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장다이는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의 장손이었다. 3대에 걸쳐 진사를 배출한 집안에서 장손으로 태어난 그가 풍요로운 유년시절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고생을 모르고 살아가던 장다이는 나이 오십이 다 되어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명조가 느닷없이 멸망한 것이다. 장다이는 왕조 교체의 격변기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만주족에 대항하는 길을 택하려 했으나 남명(南明) 정권 지배자들의 한심한 작태에 실망하면서 모든 희망을 버리고 사찰을 전전하며 목숨을 부지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고향땅인 사오싱의 룽산(龍山)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장다이의 이름이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남긴 많은 저작들 때문이다. 그는 명조 멸망 이후 피난생활을 하는 와중에 짬이 나면 마음에 남아 있는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도암몽억(陶庵夢憶)’, 즉 ‘도암의 꿈 같은 회상’이라는 책을 남겼다. 중국문학사에서 명·청시대를 대표하는 수필집인 이 책 덕분에 장다이는 큰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장다이에게 ‘도암몽억’은 그저 소일거리에 불과했다. 그가 정말 쓰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젊어서부터 역사와 인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언젠가는 명조의 역사와 교훈적인 전기를 써서 후손에게 남겨주고 싶었다. 이 같은 꿈과 열정은 그가 죽기 전에 대부분 결실을 보았다. 명조의 역사를 기전체 형식으로 쓴 ‘석궤서’와 ‘석궤서후집’은 장다이의 필생의 역작이다. 명조 멸망 직후 가족도 친구도 재산도 모두 잃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에서 자결을 생각하기도 했던 장다이는 오로지 ‘석궤서’를 완성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장다이의 ‘꿈 같은 회상’에서 실마리를 얻어 그의 궁극적인 꿈이 ‘명조 역사의 재생’에 있었음을 추적해가는 이 책은 한 인간의 전기인 동시에 명말청초 시대의 역사로 읽는 이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아스라한 여운이 남는다. 바로 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한 인간의 발자취에서 오는 감동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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