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4.23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07월 16일(金)
격동의 역사와 기구한 운명… 그리고 집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룽산으로의 귀환 / 조너선 D 스펜서 지음, 이준갑 옮김/이산

책의 주인공 장다이(張岱)는 1597년에 태어나 1684년에 죽은 인물이다. 명말청초의 격변기를 고스란히 체험한 것이다. 생의 전반기에는 부귀를 누리다가 후반기에는 집안이 풍비박산나고 가산을 모두 잃은 채 가난한 소작농이 되는 기구한 운명을 살았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미국 중국사 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다. 2000년대 초반 장다이에게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여러 해에 걸친 연구와 추적 끝에 이 책을 완성했다. 책의 부제 ‘장다이가 들려주는 명말청초 이야기’는 바로 책의 내용이다. 인물을 중심으로 중국 역사를 풀어내는 데 발군의 솜씨를 발휘해온 저자는 특유의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 장다이의 ‘꿈 같은 회상’을 역사로 재현해냈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장다이는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의 장손이었다. 3대에 걸쳐 진사를 배출한 집안에서 장손으로 태어난 그가 풍요로운 유년시절을 보냈음은 물론이다. 고생을 모르고 살아가던 장다이는 나이 오십이 다 되어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명조가 느닷없이 멸망한 것이다. 장다이는 왕조 교체의 격변기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만주족에 대항하는 길을 택하려 했으나 남명(南明) 정권 지배자들의 한심한 작태에 실망하면서 모든 희망을 버리고 사찰을 전전하며 목숨을 부지한다. 그리고 종국에는 고향땅인 사오싱의 룽산(龍山)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장다이의 이름이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남긴 많은 저작들 때문이다. 그는 명조 멸망 이후 피난생활을 하는 와중에 짬이 나면 마음에 남아 있는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도암몽억(陶庵夢憶)’, 즉 ‘도암의 꿈 같은 회상’이라는 책을 남겼다. 중국문학사에서 명·청시대를 대표하는 수필집인 이 책 덕분에 장다이는 큰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장다이에게 ‘도암몽억’은 그저 소일거리에 불과했다. 그가 정말 쓰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젊어서부터 역사와 인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언젠가는 명조의 역사와 교훈적인 전기를 써서 후손에게 남겨주고 싶었다. 이 같은 꿈과 열정은 그가 죽기 전에 대부분 결실을 보았다. 명조의 역사를 기전체 형식으로 쓴 ‘석궤서’와 ‘석궤서후집’은 장다이의 필생의 역작이다. 명조 멸망 직후 가족도 친구도 재산도 모두 잃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에서 자결을 생각하기도 했던 장다이는 오로지 ‘석궤서’를 완성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장다이의 ‘꿈 같은 회상’에서 실마리를 얻어 그의 궁극적인 꿈이 ‘명조 역사의 재생’에 있었음을 추적해가는 이 책은 한 인간의 전기인 동시에 명말청초 시대의 역사로 읽는 이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아스라한 여운이 남는다. 바로 격동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한 인간의 발자취에서 오는 감동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北 리명수, 김정은 연설 중 졸다 ‘저승사자’에 딱 걸려
▶ 에이스급 류현진 ‘약팀에만 강한 5선발’ 꼬리표 뗐다
▶ “뭐가 그리 떳떳해”…아내 불륜 상대 살해, 징역 8년
▶ 개그맨 전유성이 이끈 청도 ‘철가방극장’ 폐쇄 위기
▶ 베트남전 찾은 박항서 감독 “베트남, 강합니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현영철 前 인민무력부장, 졸음 빌미 ‘불경죄’로 처형…리명수 운명은?북한 군부 서열 2위인 리명수 총참모장이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
mark미국 알몸괴한 총기난사…내슈빌에서 3명 사망·4명 부상
mark조현아·조현민 그룹 경영서 손 뗀다…조양호, 대국민 사과
“김위원장, 폼페이오에 ‘내 배짱과 맞는 사람 처음..
[속보]사드기지 진밭교서 경찰 강제해산…주민 12..
軍, 대북확성기 방송 오늘부터 전격 중단
line
special news 에이스급 류현진 ‘약팀에만 강한 5선발’ 꼬리표 ..
괴물로 돌아온 류현진, 시즌 초반 수모 딛고 평균자책점 1.99 맹활약‘약팀에만 강한 다저스의 5선발 투수..

line
박인비, LA 오픈 준우승…2년 6개월 만에 세계 1위..
“트럼프의 비핵화란 핵무기없는 완전 비핵화”
“뭐가 그리 떳떳해”…아내 불륜 상대 살해, 징역 8..
photo_news
베트남전 찾은 박항서 감독 “베트남, 강합니다..
photo_news
‘한예슬 의료사고’ 차병원 “회복 지원…보상 논..
line
[북리뷰]
illust
철학, 아이돌에 ‘입덕’하다
전례 없던 일이긴 하다. 다들..
[인터넷 유머]
mark초보 공무원 mark남편이 좋아했던 여자
topnew_title
number 캐디에서 챔피언으로…전가람의 인생 역전
中, ‘반도체 굴기’ 박차…투자 늘리고 인재 빼..
개그맨 전유성이 이끈 청도 ‘철가방극장’ 폐..
‘세계 최고령’ 일본 할머니 117세로 별세…후..
서울 한강서 탯줄 달린 영아 시신 발견…경..
hot_photo
‘완벽 투구폼’ 설인아 시구
hot_photo
‘EDM 슈퍼스타’ DJ아비치 28세로..
hot_photo
내 친구처럼 편안한 속옷 모델…..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