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10.23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북리뷰
[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07월 29일(木)
연예인 루머 뒤에 숨은 대중의 부도덕성
하재영 장편소설 ‘스캔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미아가 죽었다. 화장실에서 목을 매었다.”

“부고를 들었을 때 나는 모텔에 있었다. 객실은 유행 지난 로코코풍이었다.”


위 두 문장은 소설가 하재영(31)씨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스캔들’(민음사)의 객관적 사실을 요약한다. 소설의 주인공 ‘나(장지효)’는 대중스타인 ‘신미아’의 여고 동창이다. 루머에 휩싸인 신미아가 자살했을 때 친구였던 ‘나’는 모텔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어쩌면 신미아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대중의 호기심에 편승한다. 신미아에 대한 각종 루머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던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포스트를 다 읽은 뒤 컴퓨터를 껐다. 어둠이 되어 버린 모니터를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서워. 뭐가 무서운지 알 수 없었다. 개인의 사생활이 증오의 이유가 되는 것? 근거가 미미한 모욕과 중상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말로 기정사실화되는 것? …무서운 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블로그가 우후죽순으로 생산되고 루머가 소비되는 온라인 세계는 달랐다. 삭제할 수 없다. 소문은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고 전자 기록으로 영원히 보존된다.”

소설은 스타의 루머를 먹고사는 대중의 냉혹함을 그리고 있다. 대중은 스스로의 타락을 감추기 위해 스타의 부도덕성을 더욱더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들은 모텔에서 불륜에 빠져 있다가도 스타의 스캔들이 드러나면 열 올리며 비난한다. 마치 그럼으로써 자신의 치부를 감출 수 있다는 듯이.

작가는 이 같은 대중의 속성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주인공 ‘나’와 주위 인물들을 통해 ‘시선의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대중은 자신의 부도덕성을 감추는 데 있어서 스캔들이 드러난 스타보다 훨씬 더 능수능란하다. 작중 토크 쇼에 출연한 미아는 사회자가 스캔들에 대해 질문하자 눈물을 쏟으며 반문한다. “전 그냥 솔직한 건데. 솔직한 게 왜 나빠요?”

이에 주인공 ‘나’는 신미아에 대해 이렇게 논죄한다. “미아가 그때도 내 친구였다면 ‘솔직하게’ 말해 주었으리라. 솔직한 건 나쁘다고. 상처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솔직한 사람이라고. 바로 그 솔직한 인간들 때문에 관계는 어려워지고 종국에는 모든 것이 엉망으로 헝클어진다고. 그러므로 솔직함은 미성숙의 동의어에 불과하다고.”

소설은 이처럼 온갖 불륜을 저지르며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나’와 스캔들에 휘말려 엉망진창이 돼 가는 미아를 대비시키며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소설 말미에서 미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마침내 그 베일을 조금씩 벗는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속이는 자는 속이지 못하는 타인의 솔직함을 부도덕으로 비방한다”며 “소문을 만드는 인사이더의 세계에서는 들키는 솔직함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것이 바로 스캔들의 핵심”이라고 평했다.

작가는 “연예인의 스캔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보다 넓게는 한 인간을 둘러싼 말의 의미를 파헤치고 싶었다”며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훨씬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 같지만 노출의 정도와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더욱 구속받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발레를 전공한 하씨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밴드 ‘말도 안돼’를 결성, 공연하는 등 다방면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백신 생산원료인 계란 품질이상이 사망속출 원인일수도..
▶ 박순철 지검장, 재직중 尹총장 장모 기소… ‘秋사단’ 분류..
▶ 키우는 가축들에 몹쓸짓한 ‘짐승 농부들’ 20~41년형
▶ 여기자 쫓아가 호텔 침대까지…몰카에 딱 걸린 줄리아니
▶ 윤석열 “文대통령, 총선 후 ‘임기 지켜라’ 메시지 전해”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박사방’ 무료회원 추정 20대 숨진 ..
10대 손녀 앞에서 음란행위 80대 할아..
“맞고 살았다” 前남편 성기 절단…“양..
‘적반하장’ 추미애
김봉현, 국감때마다 폭로… 민변 출신..
여기자 쫓아가 호텔 침대까지…몰카에 딱 걸린..
topnews_photo 코미디 영화 보랏 속편서 공개…줄리아니 “완전히 왜곡 날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몰래카메..
mark‘방시혁 책임론’까지… 무엇이 개미를 화나게 했나
mark서울서만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 총 3명…전국서 24명
“백신 생산원료인 계란 품질이상이 사망속출 원인..
윤석열 “文대통령, 총선 후 ‘임기 지켜라’ 메시지 전..
성남서 독감백신 접종 후 80세 여성 사망…전국 28..
line
special news ‘갑질 논란’ 아이린 “경솔한 언행으로 상쳐드려 죄..
에디터 갑질 폭로에 사과 15년 차 에디터이자 스타일리스트인 A씨가 여자 연예인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

line
윤석열 “총장은 장관 부하 아니다… 물러날 생각없..
키우는 가축들에 몹쓸짓한 ‘짐승 농부들’ 20~41년형
박순철 지검장, 재직중 尹총장 장모 기소… ‘秋사단..
photo_news
백두산 천지 괴물 또 출현?…“2m 괴생물체 떠..
photo_news
새끼 갖고 싶은 ‘게이’ 펭귄 부부의 웃픈 사연
line
[박경일 기자의 여행]
illust
폭죽처럼 터져버린 ‘가을 색채’… 그래도 당신만의 단풍은 남아..
[이우석의 푸드로지]
illust
뜯어라, 뼈까지 쪽쪽… 씹어라, 육즙이 뚝뚝
topnew_title
number ‘박사방’ 무료회원 추정 20대 숨진 채 발견
10대 손녀 앞에서 음란행위 80대 할아버지 ..
“맞고 살았다” 前남편 성기 절단…“양형 고민..
‘적반하장’ 추미애
hot_photo
박하선 “실연 후 ‘진짜 사나이’ 출..
hot_photo
몸무게 317kg 30대의 한탄 “배달..
hot_photo
래퍼 비와이, 비연예인과 결혼…..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