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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07월 29일(木)
연예인 루머 뒤에 숨은 대중의 부도덕성
하재영 장편소설 ‘스캔들’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미아가 죽었다. 화장실에서 목을 매었다.”

“부고를 들었을 때 나는 모텔에 있었다. 객실은 유행 지난 로코코풍이었다.”


위 두 문장은 소설가 하재영(31)씨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스캔들’(민음사)의 객관적 사실을 요약한다. 소설의 주인공 ‘나(장지효)’는 대중스타인 ‘신미아’의 여고 동창이다. 루머에 휩싸인 신미아가 자살했을 때 친구였던 ‘나’는 모텔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

어쩌면 신미아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대중의 호기심에 편승한다. 신미아에 대한 각종 루머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던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포스트를 다 읽은 뒤 컴퓨터를 껐다. 어둠이 되어 버린 모니터를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서워. 뭐가 무서운지 알 수 없었다. 개인의 사생활이 증오의 이유가 되는 것? 근거가 미미한 모욕과 중상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말로 기정사실화되는 것? …무서운 건 그런 것이 아니었다. …블로그가 우후죽순으로 생산되고 루머가 소비되는 온라인 세계는 달랐다. 삭제할 수 없다. 소문은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고 전자 기록으로 영원히 보존된다.”

소설은 스타의 루머를 먹고사는 대중의 냉혹함을 그리고 있다. 대중은 스스로의 타락을 감추기 위해 스타의 부도덕성을 더욱더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들은 모텔에서 불륜에 빠져 있다가도 스타의 스캔들이 드러나면 열 올리며 비난한다. 마치 그럼으로써 자신의 치부를 감출 수 있다는 듯이.

작가는 이 같은 대중의 속성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주인공 ‘나’와 주위 인물들을 통해 ‘시선의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대중은 자신의 부도덕성을 감추는 데 있어서 스캔들이 드러난 스타보다 훨씬 더 능수능란하다. 작중 토크 쇼에 출연한 미아는 사회자가 스캔들에 대해 질문하자 눈물을 쏟으며 반문한다. “전 그냥 솔직한 건데. 솔직한 게 왜 나빠요?”

이에 주인공 ‘나’는 신미아에 대해 이렇게 논죄한다. “미아가 그때도 내 친구였다면 ‘솔직하게’ 말해 주었으리라. 솔직한 건 나쁘다고. 상처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솔직한 사람이라고. 바로 그 솔직한 인간들 때문에 관계는 어려워지고 종국에는 모든 것이 엉망으로 헝클어진다고. 그러므로 솔직함은 미성숙의 동의어에 불과하다고.”

소설은 이처럼 온갖 불륜을 저지르며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나’와 스캔들에 휘말려 엉망진창이 돼 가는 미아를 대비시키며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소설 말미에서 미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마침내 그 베일을 조금씩 벗는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속이는 자는 속이지 못하는 타인의 솔직함을 부도덕으로 비방한다”며 “소문을 만드는 인사이더의 세계에서는 들키는 솔직함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것이 바로 스캔들의 핵심”이라고 평했다.

작가는 “연예인의 스캔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보다 넓게는 한 인간을 둘러싼 말의 의미를 파헤치고 싶었다”며 “인터넷을 통해 우리는 훨씬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 같지만 노출의 정도와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더욱 구속받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발레를 전공한 하씨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밴드 ‘말도 안돼’를 결성, 공연하는 등 다방면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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