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1894년 英‘브리티시…’가 세계 첫 팀 ‘가시밭길’걷다 1984년 첫 국제대회

세계여자축구 A to Z

한국축구에 겹경사가 터졌다. ‘태극전사’들이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데 이어 ‘태극낭자’들도 2010 국제축구연맹(FIFA) 20세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4강 금자탑을 세웠다. 여자축구가 FIFA 주관 국제대회에서 4강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메시’ 지소연(19·한양여대)은 단번에 한국 여자축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30m 거리에서 장거리 프리킥을 성공시킨 김나래(20)와 8강 멕시코 전에서 2골을 터뜨린 이현영(19·이상 여주대)도 팬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0문10답을 통해 U-20 여자월드컵과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에 대해 알아본다.

1. FIFA U-20 여자월드컵은 어떤 대회

FIFA U-20 여자월드컵은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제1회 대회는 2002년 캐나다에서 열렸으며 이번 독일 대회는 5회째다. 한국은 캐나다(1회), 러시아(3회), 칠레(4회) 대회에서는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했다. 2004년 태국(2회)에서는 본선에 올랐지만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북한은 2006년 러시아대회에서 우승했고, 2008년 칠레대회에서는 미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출전국은 성인 남자 월드컵(32개국)과 달리 16개국이다. 이 때문에 4개조로 치러지는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바로 8강에 진출하게 된다. 개최도시도 월드컵이 보통 10개 내외의 도시에서 치러지는 것과 달리 이번 대회는 드레스덴, 보훔 등 4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대회 공인구는 FIFA 공인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남아공월드컵과 같이 자불라니를 사용한다.

2. FIFA가 주관하는 국제여자축구대회

FIFA가 직접 주관하는 여자대회는 4개다. 여자월드컵,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올림픽 여자축구 등이 있다. 이중 여자월드컵과 올림픽 여자축구는 4년에 한 번씩 열리고, U-20 대회와 U-17대회는 2년 주기로 치러진다. 여자월드컵은 2011년에 제6회 대회가 독일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1독일 여자월드컵은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 등 9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3. 세계 여자축구의 역사

최초의 공식적인 여자축구팀은 1894년에 영국에서 생긴 ‘브리티시 레이디스’였다. 그러나 초기에 여자축구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1902년 영국축구협회는 산하 클럽들에게 여성팀과 경기를 금지했고, 1921년에는 여자축구를 위해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막았다. 당시 여자축구는 자선행사나 남녀 성대결 등 이벤트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야 유럽 각국에서 여자축구에 대한 족쇄를 풀고 여자축구협회를 인정했다. 1974년 독일에서 여자축구선수권이 열렸고, 1984년에는 첫 번째 유럽여자축구선수권이 열렸다. 여자월드컵은 1991년 중국에서 첫 대회를 시작했다. 1930년 출발한 남자 월드컵보다 60년 이상 늦게 시작됐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여자축구가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다. U-20 여자월드컵은 2002년에 처음 열렸다. 1990년대 이후 각국에 프로리그도 생겼다. 그중에서도 독일은 가장 모범적인 리그를 갖췄다. 1990년 창립된 독일의 여자축구 분데스리가에는 1부리그 12개, 2부리그 24개 팀이 있다. 독일 팀들은 역대 9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6번이나 우승했다. 스웨덴이 2번 우승으로 뒤를 잇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자축구인구만 약 600만명일 정도로 여자축구의 인기가 높다. 1999년과 2003년 연속으로 여자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여자축구 붐이 일었다.

4. 한국 여자축구의 역대 성적

한국 여자축구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여자축구가 정식 종목이 되면서 한국 여자축구는 엘리트스포츠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초창기 육상, 핸드볼, 하키 출신 선수들로 여자 축구팀을 꾸린 한국은 1990년 9월 일본과 친선전에서 1대13으로 대패하는 등 전력차를 실감해야 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던 한국 여자축구는 2000년대 들어 전환점을 맞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여자축구팀이 늘어났고, 국제대회 성적도 좋아졌다. 2004년에는 U-20 여자대표팀이 U-19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을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태국에서 열린 제2회 U-20 여자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한국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00년대 중반 유망주 부족으로 인해 침체기를 걷다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08년 U-17 여자월드컵에서는 8강에 올랐고,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일본과 북한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5. 한국과 외국의 축구 저변 비교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의 수는 총 1404명이다. 한국의 실업팀은 현재 7개다. 여기에 초등학교 18개팀과 중학교 17개팀, 고등학교 16개팀, 대학교 6개팀, 유소년 클럽 1팀 등을 합치면 총 65개팀 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국내 최근 초등학교팀은 줄어드는 추세다. 선수가 적다 보니 새로운 팀의 창단도 이뤄지기 어렵고, 여자축구가 인기가 없다 보니 WK리그 역시 팬들과 격리되고 있다.

반면 독일축구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독일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선수의 총계는 2010년 기준으로 105만301명이고, 이 가운데 16세 이하 선수는 33만9512명이다. 16세 이하팀이 8665개이고 성인팀은 5341개나 된다. 여자 축구 최강 미국은 2005년을 기준으로 대학 등록 선수만 1만5632명이고 일본도 대학 팀이 50여 개에 이른다. 북한만 해도 여자축구 실업팀이 60개 이상이고 3부 리그까지 운영되고 있다.

6. 여자축구와 남자축구의 수준

U-20 한국여자대표팀은 남자로 따지면 중학교 2∼3학년 정도의 축구실력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이 연령대의 남자선수와 친선경기를 해서 대등한 결과를 얻었다. 이번 대회출전 직전 경기도 파주NFC에서 한국 유소년대표팀(14세이하)과 경기를 두 번 했는데 두 번 모두 남동생들이 7대0, 3대0으로 이겼다. 여자선수들이 볼소유 능력이나 패싱력 등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지만 스피드에서 차이가 났다. 멀리 차 놓고 1대1로 속도 경쟁을 하면 여자대표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전문가들은 여자 선수들이 남자에 비해 축구에서 필요로 하는 스피드, 순발력, 민첩성, 전신지구력 네 가지 체력요소 중 스피드, 순발력, 민첩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민첩성과 속도와 관계되는 속근 능력 차이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골키퍼들이 어정쩡한 동작으로 실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순발력 때문이다.

7. 여자축구 선수들의 연봉 규모

여자축구선수들의 수입은 남자선수들에 비하면 ‘아르바이트’ 수준도 못된다. 연봉 1300만 유로(약 200억원)로 세계 1위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5·레알 마드리드)나 1000만 유로(약 154억원)의 리오넬 메시(23·FC 바르셀로나)는 물론 364만 파운드(약 67억원)의 연봉을 받는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도 ‘하늘과 땅’이다. 2006년부터 4년 연속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공격수 마르타(브라질·FC 골드프라이드)는 미국 여자프로축구(WPS)에서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미국 WPS 소속 선수의 평균 연봉은 3만2000달러(약 3800만원)였다. 올해까지 여자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하던 잉글랜드는 내년 3월 FA 슈퍼리그라는 이름의 여자 프로리그를 출범시키지만 최상급 선수가 3만 파운드(약 5500만원) 정도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실업축구 연봉은 국가대표급 에이스가 4000만원, A급 신인이 2500만∼3000만원 선이다.

8. U-20 한국 여자선수들이 달라진 점

초창기 한국 여자축구 선수들은 대부분 하키, 육상, 핸드볼 등에서 활약하다 새로운 종목에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기본기보다 경기에서 이기는 법을 먼저 배워야만 했고, 발전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U-20 여자 대표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으로 축구를 배운 선수들이다.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을 계기로 대한축구협회는 여자축구 유소년 상비군제를 도입해 U-12와 U-13, U-16 등 연령별 대표를 선발해 여자축구 전임강사를 투입하면서 본격적인 조련을 시작했다. 축구협회의 지원 속에 실력을 키워나간 선수들이 바로 지소연과 이현영, 김나래 등 현재 U-20세 대표선수들이다. 지금 U-20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축구만 해왔다. 방학 때도 파주NFC에서 전임강사들의 지도를 통해 유소년 시절부터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져왔기 때문에 선배들과는 기술의 차이가 크다.

9. 포상금과 연금 규정은

U-20 여자축구 대표팀의 포상금 규모는 현재까지 500만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이집트 U-20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남자 청소년 팀이 1인당 5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승에 오르거나 우승까지 한다면 포상금 역시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올해 대한축구협회는 포상금 예산으로 60억원을 책정했는데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 포상금으로 42억원이 지급했다. 18억원 이상이 남아 있어 재원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남아공월드컵 때 A등급 1억7000만원, B등급 1억4000만원, C등급 1억1000만원, D등급 9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FIFA주최 대회이므로 대한체육회에서 지급하는 연금은 없다.

10. 최인철 감독은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에서 4강 진출을 이끈 최인철(38) U-20 여자대표팀 감독은 선수로서는 무명에 가까웠다. 전동초-동북중·고-건국대를 거쳤지만 프로 선수 경력은 없었다. 최 감독은 2000년 동명초에서 여자축구부를 창단하며 여자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최 감독은 이후 성장하는 선수들과 함께 오주중(2001∼2004년), 동산정보고(2004∼2008년)로 옮기면서 한국 여자축구의 토대를 다졌다. 오주중 코치 시절에는 현재 U-20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지소연을 앞세워 6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최 감독의 지도력이 알려지면서 대한축구협회는 그를 U-19 여자 대표팀 코치에 이어 2008년 8월에 U-19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그는 패스게임 위주의 정교하고 세밀한 축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화종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