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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08월 12일(木)
끊임없는 복수… 두 남자의 ‘지옥圖’
영화 ‘악마를 보았다’ 오늘 개봉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장르영화에서 ‘복수’를 다루는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장 흔한 접근법은 ‘사적(私的) 형벌’이다. 현대의 사법제도가 보복이나 응징 대신 배상과 격리로 수렴되면서 가해자에게 똑같은 고통을 되돌려주는 사적 형벌은 피해자뿐 아니라, 제3자에게도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통쾌한 복수’의 쾌감은 대부분의 상업영화가 선택하는 접근법이기도 하다. 개봉 중인 영화 ‘아저씨’가 대표적이며, 이 쾌감을 극대화해 비현실적인 단계까지 끌어올리면 ?뗬?타란티노의 ‘킬 빌’이 된다. 넓게 보면 악(惡)을 응징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도 이 범주에 속한다.

또 하나의 접근법은 사회적 관계나 계급의식, 권력 구조를 대입하는 방식이다. 복수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함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출발점은 무능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거나, 피해자를 양산해 내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다. 아벨 페라라의 ‘복수의 립스틱’이나 메어 자르치의 ‘네 무덤에 침을 뱉어라’가 그렇고,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이 그렇다.

주류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논란을 빚었던 김지운 감독의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재심의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12일 개봉한다.

영화는 장르영화의 접근법을 부정한다. 김지운은 통렬한 복수극을 말하지 않으며, 사회적 함의를 대입하려 하지도 않는다. 국정원 경호요원 수현(이병헌·오른쪽 사진)은 약혼녀 주연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복수를 다짐한다. 뛰어난 육체적 능력의 소유자인 수현은 연쇄 살인범 경철(최민식·왼쪽)을 찾아내고 압도적인 힘으로 그를 제압한다. 수현의 복수는 ‘사적 형벌’이지만, 그를 한 번 응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현은 경철에게 죽을 만큼의 고통을 가하고 놓아주며, 다시 찾아내 응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경철이 수현의 통제를 벗어나면서 영화는 급반전한다. 예상치 못한 경철의 반격이 시작되고 수현은 당혹감에 빠진다.

영화의 미덕은 역시 스타일이다. 호러, 코미디, 누아르, 심지어 서부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영화에서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줬던 김지운의 영상은 ‘폭력의 피카소’라 불렸던 샘 페킨파나, B급 액션영화의 거장 새뮤얼 풀러에 비견할 만하지만, 훨씬 더 매끈하다. 회화적인 영상과 속도감이 넘치는 액션 시퀀스를 씨줄과 날줄 삼아 솜씨좋게 엮어가는 편집 또한 흠잡을 데가 없다.

당초 화제가 됐던 잔혹한 장면은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크게 갈린다. 절단된 시체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단두대로 목을 내리치며, 맨손으로 입을 찢거나 인육을 먹는 모습은 분명 눈을 질끈 감게 만든다. 하지만 고어물(피가 튀는 공포영화 장르)이나 슬래셔(난도질 영화)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그다지 놀랄 만한 영상은 아니다.

영화의 완결성을 깨는 파열음은 역설적이게도 김지운의 장점에서 기인한다. 다양한 장르영화를 노련하게 다뤄 온 김지운은, 스스로 장르영화의 법칙을 포기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그의 장기인 스타일은 전작에 비해 무뎌졌고, 그의 영화에서 늘 지적됐던 빈약한 내러티브(서사)는 더욱 도드라진다.

아무리 잔혹한 장면이라도 철저히 대상화하거나, 반대로 자신의 일처럼 체화됐을 때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지만 영화는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방황하게 된다. 악마로 변해가는 두 남자의 모습을 그린 것 같지만, 오히려 영화는 구원받지 못한 채 고통받는 두 남자의 지옥도(地獄圖)에 가깝다. 영화 속 이야기는 물 흐르듯 흘러간다기보다 삐걱대고 휘청대는 외발 자전거 같다. 판단은 늘 그렇듯 관객의 몫이다.

이동현기자 offram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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