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개방 등 현안 김정일 死後에나 해결”

미국과 중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생전에 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본격적인 대북협상은 김 위원장 사후 차기 리더십이 형성됐을 때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랠프 코사 미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대표는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에서 열린 ‘천안함 이후 지역정세’ 세미나 주제발표를 통해 “중국의 대북정책은 한마디로 김 위원장이 죽을 때까지 기다린 뒤 그의 후계체제가 확립됐을 때 개혁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에서도 김 위원장 사후 차기 리더십이 형성된 뒤 협상을 추진하는 게 좋다는 구상이 힘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앞으로 김 위원장 체제가 끝날 때까지 대북봉쇄정책에 주력해 북한이 핵물질이나 핵프로그램을 북한 외부로 유출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같은 판단은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해 더욱 굳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지도부가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것은 대외강성모드를 통해 후계체제를 안착시키려는 노력인 동시에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한·미양국은 북핵협상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코사 대표는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향후 역할과 관련, “중국은 장 부위원장을 개혁가이자 북한 체제전환의 수호자로 보고 있다”면서 “장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 사후 김정은을 설득해 중국모델의 개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에번스 리비어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 선임국장은 주제발표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남·북·미 관계와 관련, “북한이 대담하게 천안함과의 연계성을 부인하는 것을 볼 때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시인하고 사과할 가능성은 적다”면서 “관련국들의 체면을 세우는 선에서 천안함 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리비어 국장은 특히 최근 판문점에서 간헐적으로 진행되는 유엔군사령부와 북한의 대령급 실무접촉이 천안함 문제를 풀기 위한 한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주제발표에서 “북한이 유엔사와의 실무접촉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채널이 천안함 문제 해결의 메커니즘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남·북·미는 유엔사·북 채널을 통해 상호의 체면을 세워주는 선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의 해법을 찾은 뒤 핵문제로 넘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안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사·북 실무접촉은 지난 7월15일 시작된 이래 지난 11일 4차 접촉이 진행됐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