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한국도 ‘정의에 배고픔’ 내 책이 폭넓은 논의 기여하길”

‘정의란 무엇인가’로 국내에 인문서 열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정치철학) 하버드대 교수가 방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아산정책연 초청으로 서울에 온 샌델 교수는 아산정책연의 초청에 감사를 표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했다.

―한국에서 왜 이 책이 인기가 있는가. 책을 통해 독자들이 어떤 메시지를 받았으면 좋겠는가.

“한국에서 제 책이 많이 읽혔다고 해 매우 놀랐다. 한국 독자들에게 감사하다. 제가 이 책에서 바랐던 게 있다면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읽히는 것이다. 이 책을 썼던 목적 중의 하나가 철학의 큰 개념들, 이를테면 개인의 권리, 공동선 등이 일반인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미국에서처럼 한국도 마찬가지로 일반인들 사이에 진지한 윤리적 질문들과 정의와 관련된 논의에 대해 배고픔이 있다고 본다. 제가 속한 사회만 보자면 정치인들 사이에 서로 분열시키는 논의만 벌어지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토론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제가 희망하는 것은 정의, 공공선에 대한 질문을 개인적, 사회적 영역에서 다루는 것이다. 한국 국민들이 제 책을 환대해 주신 것을 보면서 한국에도 이런 배고픔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형태로든 제 책이 이런 폭넓은 논의에 기여를 했다면 영광으로 생각한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성명에서 북한이 혐의를 받고 있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이때의 정의는 무엇인가.

“정의를 국제관계에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부각되는 정의의 문제와 사회 내에서 제기되는 정의의 문제에 차이가 있다. 이상적으로 본다면 정의를 법치주의에서 구현해야 한다. 국제 영역에서는 국제법을 따르는 기관이 있다. 국제 인권법도 있다. 이 모두가 국가 간 정의를 적용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것들은 불완전하며 협상과 타협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의라는 개념을 안보리 결의안에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도출하는 타협인 경우가 많다. 국제관계에서는 정의가 완전히 구현된다고 볼 수 없다. 국제 정치에서는 타협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세계적인 지도자를 배출하는 교육 과정을 마련하는 방법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고자 하는 한국인의 열정을 존경한다. 젊은이들을 독려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글로벌한 시각을 심어주는 것이다. 즉 젊은 학생들에게 다른 역사와 사회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이다. 학생들은 세계 문명과 다른 나라의 언어를 열심히 배워야 한다. 사회는 세계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대학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둘째는 여행이다. 젊은이들이 다른 사회를 방문해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다른 나라 젊은이를 만나고 다른 사회에서 실제로 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로는 자국의 전통을 잘 배워야 한다. 철학, 문화, 윤리적 전통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문명을 넘나드는 논의에 가담할 수 있을 것이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