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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08월 23일(月)
“고종, 늑약 확인 거부땐 독살” 조선총독에 밀명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강제병합 100년’ 국제학술회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승하하기 직전 고종황제(왼쪽)가 신하들의 부축을 받으며 행차하는 모습. 평소 건강했고 특별한 지병도 없었던 고종은 1919년 1월21일 덕수궁 함녕전에서 갑자기 서거했다.
“1918년 1월8일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상원 연두 연설에서 발표한 약소민족의 민족자결주의 선언은 한국을 강제병합해 식민지로 통치해온 일본의 조슈(長州·지금의 야마구치현) 군벌 세력에 큰 우려를 자아냈다. 일본 정부는 이 발표가 나온 직후 도쿄(東京)에 체류하던 영친왕을 6년 만에 고국으로 보냈으며 이해 가을 일본 황족 출신인 마사코(方子) 여왕과의 약혼이 발표됐다. 특히 9년 전 육군대신으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하얼빈 사건’ 당시 고종황제가 해외 독립운동 세력을 직접 양성하면서 항일 투쟁을 고취하고 있었던 사실을 직접 확인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일본 총리대신은 ‘덕수궁의 이태왕(고종황제)’이 조용히 있을 리 만무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그는 후배인 조선총독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에게 ‘이태왕에게 1905년 11월의 보호조약이 유효였다는 것을 확인하는 문서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독살하라’는 중대한 밀명을 내렸다.”

오는 24~26일 오전 9시30분 서울 중구 남대문로 4가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 주최로 열리는 한일강제병합 100년 재조명 국제학술회의 ‘1910년 한국강제병합, 그 역사와 과제’에서 발표할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 내용이다. 이 교수는 국제학술회의 첫날인 24일 발표할 ‘근대 일본 조슈 번벌(藩閥)의 한국 침략-법과 윤리의 실종’에서 1919년 3·1운동의 중요한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고종 독살설’을 학문적으로 파헤친다.

데라우치가 하세가와에게 고종황제 독살을 지시했다는 언급은 1919년 당시 일본 궁내청의 제실(帝室)회계심사국 장관이었던 구라토미 유자부로(倉富勇三郞)의 일기와 이방자 여사의 수기(手記)를 통해 확인된다는 것. 물론 구라토미의 일기 내용에 대해서는 미확인의 ‘풍설(風說·소문)’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와 있지만, 이 교수는 미리 배포된 발제문에서 1895년 명성황후 살해 사건에 비춰보면 고종황제 독살은 조슈 군벌이 얼마든지 자행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주장한다. “독살은 주권수호를 위해 가장 저항적이었던 대한제국 황제에 대한 최후의 가격이었다”는 게 이 교수의 결론이다.

이 교수는 특히 한일강제병합이 메이지(明治)유신의 주도 세력으로 알려진 조슈 번 출신, 이 가운데서도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한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의 문인들에 의해 주도됐음을 역설한다. 이에 따라 요시다가 1856년 하기(萩)에 학교를 열어 이토 히로부미 등 조슈의 젊은이들을 교육하면서 정한론을 가르친 이래 1910년 한국강제병합을 거쳐 1919년 1월 고종황제가 독살될 때까지 63년 간에 걸친 일본의 한국침략사를 조슈 번벌 세력의 ‘정한’의 실현이란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순종황제의 즉위 초 2개월(1907년 11월18일~1908년 1월18일)간 처리된 61건의 법령에서 황제의 결재 난에 통감부 관리들이 대리서명 했음을 입증하는 6개의 서로 다른 필체로 된 황제의 이름자(·척) 서명이 발견된 것이나 병합조약을 공포하는 순종의 칙유(勅諭)에 서명이 빠져 있는 것 등을 토대로 한국병합 불성립론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고찰을 통해 “근대 일본 국가의 한국침략의 역사는 법적 시비를 넘어 인륜에 반하는 행위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 부각됐다”고 강조한다.

24일부터 3일간 열리는 동북아역사재단의 국제학술회의에는 이 교수를 비롯, 한·중·일·미·독·대만 등 6개국에서 33명의 역사학자들이 참여해 한일강제병합 100년의 의미를 돌아보고 미래지향의 역사인식을 모색할 예정이다. 참가자 가운데는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와 김영호 유한대 총장 등 지난 5월 한국강제병합 100년 한·일 지식인 선언을 주도한 저명한 학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동아시아 식민주의와 일본을 대주제로 한 25일 회의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 이바라키(茨城)대 명예교수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조약에는 식민지 지배 책임이 조약으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며 “식민지 지배의 청산에 대해 상반되는 해석을 유보한 상태에서 조인한 경우는, 세계의 조약사에서도 보기 드문 사태” 였음을 지적한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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