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약발 느린 부동산 대책 6개월 내다보고 투자를

구름 낀 볕내라도 드는 걸까요. 8·29부동산대책으로 잔뜩 찌푸린 주택시장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물론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들도 이번 대책에 솔깃해하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 목표가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와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두는 만큼 내집 마련 기회가 넓어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지요.

정부가 잔뜩 뜸을 들이다가 발표한 이번 대책에 주택업계도 비교적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성수기인 9월을 목전에 둔 발표 시기, 이른바 투기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을 제외한 총부채상환비율(DTI) 한시적 폐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자금 지원 등 내용도 예상 수위보다 높기 때문이지요. 물론 분양가상한제 존속, DTI의 ‘한시적’ 폐지 등이 시장 활성화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 시장 안정을 해치지 않고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에 인색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무주택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의 시장 진입(내집 마련이나 투자) 가능성입니다.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려면 실수요자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번 대책 역시 주택 구매심리를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 ‘한 방’이 없기 때문이지요. 특히 이번 대책에도 불구, 현재의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오래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것도 실수요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입니다. 향후 1년 동안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데 누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느냐는 것이죠. 여기에 외부 변수로 9월부터 연말까지 수도권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데다 금리인상 가능성도 실수요자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주택구입을 재테크로 보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없으면 집을 사지 않습니다. DTI 폐지 혜택을 보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죠. 시중은행들도 담보자산(집)의 상승 가능성이 없는데 DTI 를 최대한 적용해 대출해주는 ‘우(愚)’를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2금융권을 제외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6월 말 기준 273조원에 이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실수요자들은 침체기에 나오는 정부 부동산 대책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은 주택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를 풀 만큼 풀고 주택구입시 혜택을 줘도 정부대책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기까지는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대세 하락기여서 정부 대책이 나왔다고 곧바로 반등국면으로 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수요자나 무주택자가 굳이 주택구입에 나선다면 서울 강남권의 분양 물량이나 저렴한 급매물을 노릴 것을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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