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 어디로>막오른 IMF·世銀총회 ‘환율 격전지’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는 환율격전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중국 간에 계속되고 있는 위안화 절상 갈등과 일본 정부의 엔화 절하정책, 브라질 등 이머징국가(신흥국가)들이 자국통화 절상 방어에 동참하면서 환율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놓고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IMF 의결권 2개를 중국 등 이머징국가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IMF 지배구조 개혁안도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이번 회의에서 환율문제를 핵심 어젠다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급격한 위안화 절상은 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서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도 이미 이번 회의에서 환율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IMF가 이번 회의에서 환율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IMF가 환율 문제를 중재할 만한 실질적인 수단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율전쟁이 격화되면서 새로운 통화협정이나 국제통화질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 420여개 은행과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제안했다. 찰스 달라라 IIF총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주요 경제국의 핵심그룹이 모여 새로운 환율 협정을 도출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 지배구조 개혁안도 이번 회의 핵심안건이다. 16.74%의 지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고, 중국을 유럽연합(EU)에 이은 3번째 대주주로 격상시키자는 것이다. 이는 주요국 입장을 대변하는 IMF를 실질적인 다자간 협의체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EU는 지난 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재무장관회의에서 IMF 이사회에서 행사하는 EU의 의결권 8~9개 가운데 2개 정도를 중국, 인도 등 이머징국가에 양보하기로 합의한 안을 이번 연차총회의에서 제안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수용하지 않는 이상 IMF 내에서 발언권을 확대할 자격이 없다고 미국과 유럽이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