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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10월 08일(金)
다가온 ‘팍스 시니카’… 지구촌 판을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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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 마틴 자크 지음, 안세민 옮김 / 부키

중국의 눈부신 비상(飛上)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얘기다. 예컨대 골드먼삭스는 2027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중국의 부상이 꼭 경제적인 측면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중국의 경제적 비약을 운위하면서 그같은 비약이 정치·군사적 나아가 문화적 측면에서 가져올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세계 역사상 그 어떤 패권국가도 단순히 경제적인 지위에만 만족한 국가는 없었다. 팍스 로마나, 팍스 브리태니카, 팍스 아메리카나의 예를 보라. 중국 역시 제1의 경제대국이 된다면 기존의 국제 질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려 들 것이다. 바로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책은, 눈앞에 닥친 ‘팍스 시니카’의 세계가 어떤 모습을 띨 것인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어떤 세상이 올 것인지에 대해 꼼꼼히 짚어보는 것이다. 아울러 서구의 근대화 과정과 다른 동아시아 근대화 과정을 분석하면서, 오늘날 욱일승천하는 중국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를 살펴본다.

저자는 우선, 서구 국가들의 ‘착각’을 지적한다. 중국이 부상해도 세계는 그다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중요한 세 가지 가정이 있다. 첫째, 중국의 부상은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만 한정될 것이다. 둘째, 중국은 적당한 때가 되면 전형적인 서구 국가가 될 것이다. 셋째, 국제 사회는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중국은 주어진 현상을 그대로 따르는 유순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가정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세 가지 가정은 모두 잘못된 것”이라며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저자는 이어 “국가는 항상 자신의 역사적 경험에 입각해 세계를 바라보며, 헤게모니를 쥐면 쥘수록 자신의 가치관과 우선순위에 따라 세계를 이끌어 가려고 한다”며 “중국이 발휘할 영향력은 지난 세기(20세기) 미국이 끼친 영향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패권국가 중국이 그려나갈 세계는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중국이 경제발전을 거듭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공산당의 통치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저자는 내다본다. 서구에서조차 산업혁명 등 경제도약의 시기와 민주주의 시행시기가 맞물리지 않았으며 특히 경제도약의 단계에서는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가 일반적인 특징으로 나타난다는 것. 저자는 “중국이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의 길을 가더라도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는 아닐 것”이라며 “중국 사회와 전통에 뿌리를 둔 중국만의 독특한 민주주의를 보여 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또한 19세기 후반까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주변 국가들이 중국에 정기적으로 공물을 바쳤던 조공 제도의 요소들이 21세기에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물론 과거처럼 주변 국가들이 공물을 바치는 일이 일어난다는 얘기가 아니다. 과거 중국의 주변 국가들이 중국의 우위를 인정해 조공을 바치면 황제는 주변 국가에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고 통치자가 자국 내 문제를 알아서 처리하도록 내버려 두었듯이, 향후 중국의 주변 국가들이 중국의 경제 규모와 영향력을 인정하고 중국과의 우호 관계가 자국에도 이익이 되며 중국의 간섭이 그리 크지 않음을 깨닫는다면 자발적으로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편입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유연한 헤게모니’를 발휘, 주변 국가들이 중국의 우산 아래로 스스로 들어오도록 유도할 것으로 내다본다.

아울러 저자는 중국이 현재와 같은 경제 성장을 거듭한다면 중국의 위력은 더 이상 인구 규모의 수적인 우위에서만 발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높은 저축 수준과 자본 시장의 점진적인 개방에 힘입어 중국의 해외 투자가 지금보다 훨씬 대규모가 될 것이며, 중국의 금융 지배력이 세계 전체로 퍼져 나가는 것 또한 시간문제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국제질서의 판도 또한 중국의 태도에 따라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국제 질서는 주로 미국과 서유럽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쪽으로 움직였지만 중국과 더불어 인도 같은 아웃사이더 국가들의 국력이 강해짐에 따라 기존 국제 질서와 국제기구 등이 이러한 국가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변경되리라는 관측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로 떠오르는 데 따른 우려는 없을까. 저자는 ‘중국인의 의식 속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우월 의식’을 가장 경계한다. “서구 국가들이 공격과 정복의 흔적을 남겼다면, 중국은 지나친 자만심에 근거한 우월 의식과 이를 토대로 하는 위계 의식을 남길 것”이라며 “중국이 주요 강대국으로 등장하는 것은 서구 보편주의의 종식을 의미한다”고 결론 내린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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