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타계>본보와 망명 첫 인터뷰… “北내부 대체세력 있다” 주장 파문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비서는 한국망명 1년 후인 1998년 5월19일 문화일보와 국내 언론 최초로 심층인터뷰를 하고 망명 동기와 북한의 미래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밝혔었다.

당시 황 전 비서는 함께 탈북한 김덕홍 전 여광무역회사 총회장과 함께 서울 시내 안가에서 무려 8시간에 걸쳐 김학준 당시 인천대 총장 및 문화일보 취재진과 집단 인터뷰를 했다. 당시 황 전 비서 인터뷰는 ▲문화일보 취재진과의 집단 인터뷰 ▲황 전 비서와 김학준 총장과의 정치분야 대담 ▲김 전 회장과 최수영 통일연구원 정보자료실장과의 경제분야 대담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진행됐다. 문화일보는 언론 사상 유례없이 오전과 오후에 걸쳐 진행된 황 전 비서 단독회견 내용을 5월20일과 21일 전면에 걸쳐 보도,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황 전 비서는 문화일보와의 심층 인터뷰에서 최초로 “김정일 체제가 붕괴된 이후 북한을 끌고 갈수 있는 대체 세력이 북한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고 선언, 파장을 낳았다. 황 전 비서가 김정일 대체 세력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김정일 체제가 사라지더라도 북한이 무정부 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당시 안기부는 “황 전 비서의 문화일보 회견 내용은 황씨의 사견에 불과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황 전 비서는 ‘김정일 대체 세력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선 “앞으로 가장 믿고 얘기해야 할 북한내부의 사람들 명단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얘기할 수 없다”고 밝히지 않았다. 김정일 이후 대체세력에 대해 집요한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황 전 비서는 “김정일 이후를 담당할 세력이 분명하게 존재하며 현재 여러 가지 연계도 갖고 있다”고 밝혀 자신의 망명이 북한 내 존재하는 김정일 대체세력들을 지원, 궁극적으로 북한민주화를 이끌기 위한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황 전 비서는 인터뷰를 마치며 ‘문화일보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라는 친필 서한을 쓰면서 “앞으로 여생은 북한을 민주화하기 위해 남쪽의 동포들과 힘을 합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