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고공행진 전셋값 보며 내집마련 시점 찾아라

부동산(주택)시장에 난기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을철 이사 수요(계약)가 사실상 지났는데도 전셋값은 치솟고 있는 반면 매매가격은 하향세입니다. 근래 유례없는 상황이어서 전문가들조차도 쉽게 분석을 못하고 있지요.

실제 KB국민은행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보면 9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평균)은 45.0%나 됩니다. 지난해 봄 이사철에 약 40%였음을 감안했을 때 5%포인트나 높아진 것이죠. 통상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침체기 분양시장이 불투명할 때 높아집니다. 내집마련이나 부동산 재테크에 나서자니 위험부담이 커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지요.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주택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서울 전셋값 급등도 수급 불균형이 직접적인 원인이지요. 서울은 2009년 2만3000여가구에 이어 올해도 3만4621가구가 입주하는 데 그쳤습니다. 2008년 한 해에 5만1647가구 입주에 비해 턱없이 적은 물량이지요. 문제는 내년 2만1035가구, 2012년 1만4188가구로 더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내년 상반기부터 집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시장은 매매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시장도 불투명하고요. 왜 그럴까요. 단적으로 내집마련을 위한 매매수요가 대기수요로 바뀌어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시장 장기침체, 미분양·미입주 증가, 보금자리주택 청약 등으로 대부분의 무주택자가 내집마련을 미루고 있는 것이 원인이지죠.

그렇다면 전셋값은 오르고 매매가는 하향보합세일 때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금(대출)부담이 낮아진 만큼 내집마련을 준비해야 합니다. 전셋값 오름세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한계에 다달았을 때 집값은 요동치게 됩니다. 과거 주택시장에서도 전셋값 꼭짓점은 곧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었지요.

무주택자는 물론 실수요자는 이 대목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은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기대가 높아 대기수요가 많지만 낮은 당첨확률, 경쟁력 없는 입지조건 등이 현실로 와 닿을 경우 내집마련 대기수요가 분양시장 등으로 쏠릴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지요.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한발 앞서 투자하는 안목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쟁률 높은 보금자리주택 당첨을 기대하는 것보다 과감하게 내집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다만 ‘매시필매(買時必賣·살 때는 반드시 파는 것을 생각하라)’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부동산은 아무리 싸게 사도 정작 급전이 필요할 때 팔리지 않으면 헐값매각이라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부동산은 침체가 깊어지고, 시장이 불투명할수록 오히려 재테크 기회를 준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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