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윤 선임기자의 스포츠 인사이드>‘사격선수가 테러리스트 ?’ G20 경호에 우는 선수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벌써 30년 가까이 된 일입니다. 1980년대 중반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신동아그룹의 최순영 회장이 맡고 있었습니다. 재벌 그룹 회장님은 워낙 바빠 협회 일은 그룹에서 파견한 실무 부회장이 맡는 것이 보통입니다. 당시 신동아그룹에서 파견한 협회 부회장은 군 출신인 K모씨였습니다. 그 양반은 현역시절 국보위 고위 간부로 근무했었는데, 어느 날 기자와 점심을 들면서 군인들이 얼마나 사회 물정을 몰랐는지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말해주었습니다.

내용인즉, 국보위 근무 시절인 어느 날 “남대문 부근에 쥐고기를 파는 잡상인들이 많다”는 첩보가 올라왔다고 합니다.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신념이 남달랐던 그는 “아니 각종 병균을 달고 다니는 쥐(鼠)를 식품으로 판다고?”하며 대노, “다들 잡아들이라”는 추상같은 지시를 내렸습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쥐고기라는 게 바닷고기인 쥐치포라는 거야.”

“에이 아무리 군인이라고 쥐포도 몰라? 지어낸 이야기 아니냐”고 할 줄 모르겠지만 100% 실화이고 그 주인공도 아직 생존해 계십니다.

11월11, 12일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중요한 행사임이 틀림없고 그래서 보안 강화는 만사불여튼튼임이 분명합니다만 너무 경직돼 ‘남대문 쥐고기 해프닝’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달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아시안게임이, 그 다음 달에는 장애인 아시안게임이 연이어 개최됩니다. 지금은 메달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야 하는 시기죠. 경기 화성에서 합숙 중인 장애인 사격 대표선수들은 이런 중요한 때 열흘 이상 훈련을 쉬어야 한답니다. G20 보안 강화를 위해 민간인의 총기류 사용을 이 기간 엄금하기 때문이죠.

경남 창원에서 훈련 중인 국가대표도 지장을 받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8월 중순부터 모든 총기류를 무기고에 보관한 다음 인근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고 다음 날 다시 총을 받아 연습해야 한다고 합니다. 절차가 불편한 것도 있지만 감각 유지를 위해 밤에도 총을 만지작거려야 하는 권총 종목의 경우는 상당한 지장을 받는다고 합니다.

유해 조수 구제를 위해 허가를 내 준 공기총 중 구경 4.5㎜ 이하는 인마살상용이 못 된다고 항상 개인 소지가 가능했지만 G20 때문에 이마저도 경찰서에 영치했습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소지자에게 일일이 전화로 자진영치를 부탁하고 응하지 않으면 직접 방문해 가져갔다고 하니 인력 소모가 엄청났을 겁니다.

뭐 일선 경찰도 하고 싶어 그랬겠어요. 다들 위에서 시키니까 그러는 것이죠. 휠체어를 탄 장애인 선수가 테러리스트로 돌변할 수 있을까요? 참새나 잡는 소구경 공기총으로 저격을 감행할 정신 나간 테러리스트가 있을까요? 동네 개도 웃을 일이지만 윗자리에 앉으면 걱정이 많아지나 봅니다.

dy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