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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11월 24일(水)
강직 선비서 정치 모사꾼으로… 역사기록 시대 따라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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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아계 이산해(1539~1609)만큼 젊었을 때와 만년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인물도 찾기 힘들 것입니다. 고려 말 원나라 제과(制科)에 합격해 문명(文名)을 날린 한산 이씨 이곡·이색 부자의 후예답게 일곱 살에 글을 지어 신동으로 불렸던 이산해는 선조(재위 1567~1608) 대 팔문장가(八文章家) 중 한 명이자 한때 신진 사류가 모인 동인을 대표하는 인물이었지요. 토정 이지함이 그의 작은 아버지였고 정치적 입장은 달랐지만 한음 이덕형은 그의 사위였습니다.

율곡 이이는 이산해가 이조판서로 재직했을 때 일체의 청탁을 용납하지 않아 문 앞이 쓸쓸하기가 가난한 선비의 집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 전할 정도였지요. 하지만 사림의 청망(淸望)을 받았던 그에 대한 평가는 정여립 모반사건(1589)과 임진왜란(1592)을 전후해 급전직하로 추락합니다.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 ‘광해군일기’ 등에 보이는 이산해에 대한 평판은 언급하기조차 민망할 정도지요. 동인에서 북인으로, 다시 대북의 영수로 활약하며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탓이겠지만 선조 대 후반 격화된 당쟁의 막후 인물로 어김없이 이산해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1598년 북인이 남인의 영수 유성룡을 ‘일본과의 화의를 주장해 나라를 그르쳤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한 사건도 그가 배후로 지목되는 사례지요.

사실 정인홍과 이이첨 등 대북파가 정권을 잡은 광해군 때 편찬된 ‘선조실록’은 서인과 남인 인사들에 대한 포폄이 지나쳐 문제가 됐으며 이는 결국 인조반정 이후 서인들에 의해 ‘선조수정실록’이 다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선조수정실록’은 말할 필요도 없고 대북파의 입장이 반영된 ‘선조실록’에서도 이산해는 일반적으로 ‘악인(惡人)’으로 평가되고 있는 게 특징이지요. 이는 그가 대북이 육북(肉北·이산해가 영수)과 골북(骨北·홍여순), 피북(皮北·유몽인) 등으로 분열·대립한 선조 말기 정치적 혼란의 핵심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대북파 내에서도 평판이 엇갈렸던 이산해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모색한 연구서가 최근 나왔지요. 이성무(전 국사편찬위원장)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등 12명의 연구자가 참여해 펴낸 ‘아계 이산해의 학문과 사상’(지식산업사)이 바로 그것입니다. 문중에서 위탁한 인물연구란 한계가 분명하지만 이산해가 군주(선조)의 정국 주도권을 보장하는 왕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노선을 추진하면서 사림세력의 집중적인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됐다는 견해 등이 눈길을 끄네요.

이산해의 경우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성리학 이념과 당색(黨色)에 매몰된 조선시대 사관의 평가나 실록 편찬의 한계도 생각해 볼 때입니다. 풍문에 바탕한 대간의 비평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한 인물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요. 역사기록이 반드시 진실을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yc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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