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2.1.19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학술
[문화] 최영창 기자의 역사속으로 게재 일자 : 2010년 11월 24일(水)
강직 선비서 정치 모사꾼으로… 역사기록 시대 따라 변화 ?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조선 중기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아계 이산해(1539~1609)만큼 젊었을 때와 만년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인물도 찾기 힘들 것입니다. 고려 말 원나라 제과(制科)에 합격해 문명(文名)을 날린 한산 이씨 이곡·이색 부자의 후예답게 일곱 살에 글을 지어 신동으로 불렸던 이산해는 선조(재위 1567~1608) 대 팔문장가(八文章家) 중 한 명이자 한때 신진 사류가 모인 동인을 대표하는 인물이었지요. 토정 이지함이 그의 작은 아버지였고 정치적 입장은 달랐지만 한음 이덕형은 그의 사위였습니다.

율곡 이이는 이산해가 이조판서로 재직했을 때 일체의 청탁을 용납하지 않아 문 앞이 쓸쓸하기가 가난한 선비의 집과 다를 바가 없었다고 전할 정도였지요. 하지만 사림의 청망(淸望)을 받았던 그에 대한 평가는 정여립 모반사건(1589)과 임진왜란(1592)을 전후해 급전직하로 추락합니다. ‘선조실록’과 ‘선조수정실록’, ‘광해군일기’ 등에 보이는 이산해에 대한 평판은 언급하기조차 민망할 정도지요. 동인에서 북인으로, 다시 대북의 영수로 활약하며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탓이겠지만 선조 대 후반 격화된 당쟁의 막후 인물로 어김없이 이산해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1598년 북인이 남인의 영수 유성룡을 ‘일본과의 화의를 주장해 나라를 그르쳤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한 사건도 그가 배후로 지목되는 사례지요.

사실 정인홍과 이이첨 등 대북파가 정권을 잡은 광해군 때 편찬된 ‘선조실록’은 서인과 남인 인사들에 대한 포폄이 지나쳐 문제가 됐으며 이는 결국 인조반정 이후 서인들에 의해 ‘선조수정실록’이 다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선조수정실록’은 말할 필요도 없고 대북파의 입장이 반영된 ‘선조실록’에서도 이산해는 일반적으로 ‘악인(惡人)’으로 평가되고 있는 게 특징이지요. 이는 그가 대북이 육북(肉北·이산해가 영수)과 골북(骨北·홍여순), 피북(皮北·유몽인) 등으로 분열·대립한 선조 말기 정치적 혼란의 핵심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대북파 내에서도 평판이 엇갈렸던 이산해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를 모색한 연구서가 최근 나왔지요. 이성무(전 국사편찬위원장)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등 12명의 연구자가 참여해 펴낸 ‘아계 이산해의 학문과 사상’(지식산업사)이 바로 그것입니다. 문중에서 위탁한 인물연구란 한계가 분명하지만 이산해가 군주(선조)의 정국 주도권을 보장하는 왕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노선을 추진하면서 사림세력의 집중적인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됐다는 견해 등이 눈길을 끄네요.

이산해의 경우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성리학 이념과 당색(黨色)에 매몰된 조선시대 사관의 평가나 실록 편찬의 한계도 생각해 볼 때입니다. 풍문에 바탕한 대간의 비평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면서 한 인물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요. 역사기록이 반드시 진실을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ycchoi@munhwa.com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 많이 본 기사 ]
▶ [단독] ‘이재명 무죄 검토 보고서’ 대법, 내부망에 안 올렸..
▶ 김새롬 “전 남친에 헤어지자 했더니 흉기로 배를…”
▶ 여중생 유인 ‘왕게임’ 후 집단성폭행 “그들은 계획이 있었..
▶ 장영하 ‘김혜경 웃음소리’ 공개 vs 與 “김건희 제2 이멜다..
▶ ‘굿바이 이재명’ 장영하, ‘160분 통화’ 이재명 욕설 녹취 공..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윤석열-홍준표, 오늘 비공개 만찬…..
‘워라밸’ 보다 ‘워라블’… 일과 삶, 잘..
한번 충전으로 800㎞ 달리는 전기車…..
김재원, ‘욕설 파일’ 이재명에 “아무리..
“메타버스 개발 핵심역할” MS, 블리..
topnew_title
topnews_photo 권순일 前대법관이 무죄 주장 全재판연구관 토론 관례 생략 내부 “지나치게 소수가 결정” 대법 “등록·토론은 합의사항”더불어민주당 대선..
ㄴ ‘李무죄’ 판결과정 관례생략할 사정 있었나…내부서도 “비정상”..
ㄴ “대장동 초과이익환수 세차례 제안”…유족, 故 김문기 자필 호소..
장영하 ‘김혜경 웃음소리’ 공개 vs 與 “김건희 제2 이멜..
김새롬 “전 남친에 헤어지자 했더니 흉기로 배를…”
여중생 유인 ‘왕게임’ 후 집단성폭행 “그들은 계획이 있..
line
special news ‘원더우먼’ 김건희…팬카페 회원수 2만5000명 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팬카페 회원수가 2만5000명을 돌파했다.네..

line
故 김문기 편지 공개…“초과이익 조항 삽입 3차례 제안..
김만배, 권순일 등 6명 거론하며 “50억이 몇개냐”
尹 “코인 투자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2030표심 붙..
photo_news
신화 앤디, 깜짝 결혼 발표…예비 신부는 9살 ..
photo_news
“영탁 母子 갑질에 대리점 폐업”…예천양조, 사..
line

illust
190살 최장수 거북의 관심사는? 자주 종종 ‘짝짓기’
[W]
illust
권력형 성범죄 침묵하고 남성 역차별 논란으로 ‘존폐론’ 자초
topnew_title
number 윤석열-홍준표, 오늘 비공개 만찬…野단일화 논..
‘워라밸’ 보다 ‘워라블’… 일과 삶, 잘 섞여야 행복
한번 충전으로 800㎞ 달리는 전기車… ‘꿈의 배터..
김재원, ‘욕설 파일’ 이재명에 “아무리 그래도 형..
hot_photo
장성규 “차라리 개로 살겠다” 왜..
hot_photo
‘상습도박’ 슈, 4년만에 사과 “식..
hot_photo
박신혜, 최태준과 결혼 앞두고 근..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