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포 아닌 ‘방사포’ 민가에 무차별 포격

지난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대량 인명살상용인 다연장로켓포인 122㎜ 방사포를 민가 밀집지역 등에 대량으로 쏟아부은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방사포는 군단급에 편제된 대량파괴무기로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이 군부 강경파인 북한 김격식 4군단장의 직접 지휘 아래 이뤄진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해병대 포대와 막사 사이 도로에 떨어진 불발탄이 122㎜ 로켓 탄체 추진부로 확인됐다. 이 탄체는 군부대뿐만 아니라 연평도 우체국 건물 뒷마당에도 떨어졌다.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은 “연평도 부대와 민가에 떨어진 포탄이 일부 70㎜ 곡사포를 제외하고는 탄피 대부분이 122㎜ 방사포”라고 밝혔다.

옛 소련의 다연장로켓포인 BM-21(미군은 M1977 또는 M1985 코드명 부여)의 북한 개량형으로 사거리 약 20㎞인 이 방사포는 동급의 122㎜ 곡사포와 비교해 탄두중량(폭약량)이 약 8배로 살상력이 뛰어나다.

북한 해안포부대에는 122㎜ 방사포가 배치돼 있지 않아 4군단 산하 방사포여단에서 방사포를 발사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방사포에서 발사된 탄체가 ‘민가 밀집 지역’에 있는 우체국 뒷마당에 떨어졌다는 것은 북한군이 처음부터 작심하고 민간인들을 대량으로 살해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해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24일 오후 3시20분쯤 인천 옹진군 연평도 해병대 관사 신축 공사현장에서 김치백(61), 배복철(60)씨 등 인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된 시신 1구는 화재로 하체가 손상됐고, 다른 1구는 시신 전체가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특공대원들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현장을 수색하다가 이들 시신을 발견해 수습했다. 해병대는 23일 북한군이 쏜 포탄이 공사현장으로 날아와 작업 중이던 인부 12명이 대피했고 이 중 10명은 생존을 확인했으나 2명은 실종 상태라고 연평면사무소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충신·장석범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