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멕시코 칸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각국의 재정악화가 기후온난화 방지 노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년은 기상관측사상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될 만큼 기후온난화 문제가 인류 생존의 핵심 이슈로 등장했지만 경제위기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월29일부터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고 있는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6)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입장차로 합의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에선 세계 194개국에서 1만명 이상이 참가해 온실가스 감축방안과 이에 대한 이행을 측정·보고·검증(MRV)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각국 협약 타결에 미온적=총회의 최종 목표는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구속력 있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방안 등을 검증하는 잣대였던 교토의정서가 오는 2012년 12월31일로 만료되더라도 계속 온실가스 감축안을 강제할 만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코펜하겐 총회가 선진국과 개도국이 따로 회의를 하는 등 파행을 겪어 이번 회의에서 바로 공통된 합의문이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입장차를 이번 총회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일 양측의 대표격인 미국과 중국은 MRV시행에 일부 합의해 진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입장차를 좁히는 핵심 과제인 환경지원금 문제가 여전히 양측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회원국들은 빈곤국들을 위해 2012년까지 연 300억달러, 2020년까지 연 1000억달러씩을 제공하는 기금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11월30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99억달러만을 출원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호주 등 자금을 출원하는 국가가 더 있지만 자금 출원의 핵심 국가들의 총합이 목표금액 300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미국 등 선진국들은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이 기금 조성에 참여하기를 바라지만 신흥공업국들은 선진국들이 온난화의 책임을 개도국에 떠넘기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금 모금이 안 되는 것은 미국, 유럽, 일본 등 국가들의 경제사정이 좋지 못해 많은 돈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미국은 11월2일 중간선거로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이 되면서 환경과 관련된 해외 자금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또한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 등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해외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장기불황과 부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후변화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협약 타결에 적극적=협약 타결에 미온적인 정부와 달리 글로벌 기업들은 기후변화협정의 합의문 도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총회에 참석한 무탈 켄트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1일 “칸쿤 외에도 더 많은 기후변화관련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카콜라는 2015년까지 전 세계 공장들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이 합의문 타결을 촉구하는 데 대해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심화될 경우 원자재값 상승 등의 어려움으로 기업이 더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장의 생산원가나 투자비용은 오르겠지만 기후변화가 심화되면 더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입장이다. 의류회사 리바이스는 지구온도가 계속 상승할 경우 원자재인 면화값 상승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손해가 향후 최대 64조달러에까지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짐 한나 스타벅스 환경담당국장은 “기후변화는 커피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준다”며 합의 타결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의 노력=한국은 이번 총회에 이만의 환경부장관을 비롯, 각 부처 실무자로 구성된 정부 대표단을 파견한다.

교토의정서에 개도국으로 분류돼 감축 의무를 지지 않았던 한국은 지난해 2020년을 기준으로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를 줄이겠다는 자발적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협상 타결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 한국의 입장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12년에 있을 총회를 국내에 유치하겠다는 것이 한국의 계산이다.

박준우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