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 대신 손품… 입 안 가득 청정함이 ‘바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전남 장흥군 회진면 앞바다 김양식장에서 어민들이 물김을 채취하고 있다. 장흥군청 제공

햇김이 제철을 맞았다. 초겨울 시린 바다에서 건져올린 물김을 잘 말려 참기름을 발라 구운 김은 초겨울 식탁의 별미다.

이중 웰빙바람을 타고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김은 전남 장흥군의 ‘무산(無酸)김’이다. 김에 달라붙은 잡태와 균을 없애기 위한 염산, 유기산 등 산을 전혀 쓰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무산김이 윤택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갈수록 느는 것은 ‘바다의 유기농 혁명’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후 장흥군 회진면 앞바다. 소형 어선을 타고 물김 형태의 무산김을 채취하는 어민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30년째 김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길봉(51·회진면 대리)씨는 “11월28일부터 햇 물김을 채취하기 시작했다”며 “아직 생산량이 적어 선주문을 받아 놓은 거래처에 물량을 공급하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김공장에서는 물김을 마른김으로 가공하기까지 10여가지 공정이 차례로 진행된다. 특히 이물질 자동 선별기를 2차례나 거치고, 음용수 기준의 지하수를 세척수로 쓰는 등 위생적으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때마침 이날 김씨의 공장에서는 미국 농무부(USDA)의 유기농인증 심사를 대행하는 유니온콘트롤 서울지사 관계자들이 국제유기농인증을 위한 심사를 벌이고 있었다.

동행한 장흥군청 관계자는 “장흥 관내 무산김 공장 34곳 대부분이 현대식 자동화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했다.

무산김이 주목받는 이유는 깨끗한 해양환경에서 생산된 친환경 김이라는 점 때문이다. 염산이나 유기산을 쓰더라도 김 자체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산은 분해되지 않고 바다 밑에 가라앉아 개펄 등 해양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김, 매생이 등 해조류와 바지락, 굴 등 패류의 천혜의 서식지인 득량만에 접해 있는 장흥군에서 생산된 김은 품질 또한 뛰어나다. 장흥군 앞바다는 김이 자라기 적당한 수온의 조류가 흐르고 있다.

무산김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5월 장흥 해역에서 김을 양식하는 189명의 어민 전원이 참여해 ‘무산김 생산 선포식’을 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김에 붙은 잡태를 자연방식으로 제거하려면 햇볕에 노출시켜야 하기 때문에 김을 말리는 김발을 시간에 맞춰 뒤집어주는 등 손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김 생산량도 예전에 비해 30%가량이나 줄었다.

하지만 어민들은 친환경 김 생산 의지를 꺾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2월 ‘장흥무산김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지난해 말 저온창고를 완공한 데 이어 이달중 대규모 조미김 가공공장을 착공하는 등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

무산김의 연간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328만속(1속은 100장)으로 전국의 4%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30만속은 무산김주식회사가, 100만속은 풀무원, 삼해상사 등 식품 기업들이 각각 매입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전국 주요 시장으로 유통된다. 마른김의 소비자가격은 속당 6000∼1만원이다.

송명섭(60) 장흥무산김주식회사 대표이사는 “롯데·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한마음공동체, 학사농장 등에 납품하고 자체 홈페이지(www.jmgim.co.kr)를 통해서도 판매하고 있다”며 “향후 5년 내에 수매량을 200만속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산김의 맛은 일반 김에 비해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오히려 표면이 거칠지만 ‘청정한 맛’이 느껴진다고 무산김 애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모(여·48·광주 동구 운림동)씨는 “무산김을 즐겨 찾는 것은 건강에 좋은 유기농산물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이라고 말했다.

장흥=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