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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0년 12월 13일(月)
꽃제비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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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지난 주말 북한 ‘꽃제비 여성’의 죽음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의 개탄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헝클어지고 얼굴과 팔까지 흙먼지를 뒤집어쓴 듯 꾀죄죄한 채 뼈만 남은 앙상한 몰골…. 8월 KBS TV 9시 뉴스와 10월3일 ‘KBS 스페셜’을 통해 방영된 직후 해외 TV에서도 소개돼 국제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이 여성이 옥수수밭에서 숨진 채 10월20일께 발견됐다는 것이다. 6월 촬영 당시 “토끼풀 왜 매냐(뜯느냐)”는 물음에 “내가 먹으려고 한다”고 답해 시청자들의 눈시울 적시게 했었다. 아버지 어머니도 죽고 집도 없이 한뎃잠 잔다던 23세의 ‘꽃제비’ 여성….

1997년 탈북자 관련 기사에 언급된 이후 낯설지 않은 ‘꽃제비’라는 말이 언제 생겼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탈북 귀순자들 사이에서는 먹고 잘 곳이 없어 떼지어 떠돌아다니면서 구걸하거나 소매치기를 하는 20세 이하 청소년 부랑자를 가리키는 말로 통한다. 반면, 연변 조선족 사회의 풀이는 다르다. 중국식이다. ‘꽃’이란 접두어는 거지를 뜻하는 중국어 화쯔(花子)에서 따온 말이며, ‘제비’는 먹을 것을 찾아 따뜻한 곳으로만 떠돌아다니는 부랑자를 철새에 비유한 은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의 설명은 민간 어원설보다 구체적이다. 2001년 3월 발표된 북한 작가 정기종의 장편소설 ‘열병광장’ 중 인터넷에 소개된 한 대목. “한종삼은 벌써 해주바닥을 사흘째 헤매고 있었다. 넝마같은 옷차림에 장마당에서 사람들이 짓밟고 다니던 헐어 빠진 맥고모를 얻어 쓰고… 창이 떨어져 너덜거리는 지하족을 발에 꿰고 있는 그를 보고 조무래기들이 좇아다니면서 ‘야, 꽃제비다!’ 하고 소리치기까지 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광복 직후이니 꽃제비의 어원은 1945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정원 홈페이지는 “소련 사람들이 유랑자 또는 유랑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가리키는 ‘코체브니크’ ‘코체브이’ ‘코체비예’라는 말을 해석하여 옮긴 것”이라는 대목을 소개하고 있다. ‘8·15 ~ 6·25 직후’에 유행하던 이 말은 이후 자취를 감췄다. 북한 당국이 꽃제비들을 직접 관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난이 심해진 1985년 무렵에 다시 나타나 1990년대에는 북한 사회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23세 꽃다운 나이 꽃제비 여성의 죽음은 ‘돌볼 사람이 없는 늙은이와 어린이는 물질적 방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북한의 헌법마저 장식용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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