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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0년 12월 24일(金)
‘인문학 열풍’… 독자는 정의·공감에 목말랐다
2010 책으로 본 ‘5大 화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2010년 출판계의 최대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책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로 대표되는 인문학 열풍이었다. 두 책이 기존 질서나 관념을 뒤집으며 공동체의 정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정사회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올해는 중국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우뚝 일어서고 있는 상황을 반영, 중국의 정치·경제에 관한 책이 쏟아졌으며 이와 함께 기존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의 경쟁 관계를 조망하는 서적도 잇달아 나왔다. 문화일보 북리뷰 팀이 쓴 지난 1년간의 서평과 온·오프라인 서점을 대표하는 교보문고·YES24닷컴,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연구소, 잡지 ‘출판저널’ 등의 분석을 바탕으로 ‘2010년의 책이 담은 5가지 화두’를 정리했다.

◆‘정의’ ‘공정’을 지향한 인문학 열풍=지난 5월 출간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김영사)는 교보문고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인문서가 1위를 차지한 것은 1981년 이 서점이 문을 연 이래 처음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대중의 불만이 ‘정의’라는 이름을 지닌 이 책에 관심을 두게 했다는 것은 외적인 상황에 대한 분석이다. 30·40대 남성들이 독서 시장에 들어와 세상의 지배적인 관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적 사고에 공감했다는 것은 내적인 요인을 중시한 해석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가 출간 40여일 만에 20만부가 넘는 기염을 토한 요인은 여러 면에서 ‘정의…’와 비슷하다. 저자가 한국 독자들이 맹신하는 세계 유명 대학 교수라는 점도 같다. ‘그들이…’는 세계 주류 경제질서인 신자유주의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반면에 ‘정의… ’는 과연 저자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는 점은 다르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급속하게 떠오르면서 출판가는 이에 대한 책을 우후죽순 내놨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부키), 이원복의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13권’(김영사)처럼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있지만,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배경이 되는 정치·경제 체제를 분석하는 책들이 주류를 이뤘다.

국내 독자들이 올해 특별히 중국을 주목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은 중국 출신의 금융전문가 쑹훙빙이 쓴 ‘화폐전쟁’(랜덤하우스코리아). 21세기 세계를 지배할 결정권은 ‘핵무기’가 아닌 ‘화폐’라고 주장하는 이 책이 중국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킨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위안화 경제학’(한스미디어)은 국내 학자의 시각으로, ‘중국과 미국의 헤게모니 전쟁’(에코리브르)은 미국의 시각에서 중국 경제를 다루고 있다.

◆타계한 종교·정치 지도자에 대한 추모=지난 3월 법정 스님이 입적하면서 그의 책을 두고 파문이 일었다. 스님이 생전에 펴낸 ‘무소유’ ‘일기일회’ ‘아름다운 마무리’ 등의 책들을 독자들이 앞다퉈 찾는 가운데 자신의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그의 유언이 전해졌던 탓이다. 책이 절판되는 것을 예감한 사람들이 생필품 사재기를 하듯 스님의 책들을 구입하면서 출판가에 각종 구설이 떠돌았다. 출판계 안팎의 논란 끝에 결국 스님의 유언에 따라 올해까지만 도서를 판매하기로 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생을 담은 ‘김대중 자서전’이 잇달아 나오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국내 인물 자서전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의 자서전이 대필 혐의를 받으면서 진정성을 갖추지 못했던 탓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자서전은 이들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신뢰에 힘입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매스컴에 의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조명=교보문고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한 소설 ‘덕혜옹주’(다산책방)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을 오늘에 부활시킨 작품이다. 망국의 옹주라는 비극적 운명을 지닌 이 주인공에 대해 사학자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은 가운데 소설가가 대중이 읽기 쉬운 픽션으로 내놔 예상을 뛰어넘는 사랑을 받았다. 역사책에서 크게 부각하지 못했던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를 다룬 소설책들 역시 드라마 ‘동이’와 함께 화제가 됐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만들어져 인기를 끈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파란미디어)도 실제 인물과 가상의 주인공들이 함께 나오는 팩션 스토리이지만, 역사 이야기의 재미를 새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간송 전형필’(김영사)은 일제강점기에 자신의 사재를 들여 일본으로 유출되는 우리나라 문화재를 수집한 인물의 삶을 다룬 평전이다. 이 책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간송의 전 생애를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조명하고 있어서 전문가들의 호평을 얻었다.

◆‘명상’ ‘위로’에서 ‘공감’까지=일본의 젊은 스님인 코이케 류노스케의 ‘생각 버리기 연습’(21세기북스)은 일상에서 뇌를 쉬게 함으로써 자신의 진짜 모습에 다가서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세로토닌하라’(중앙북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갤리온) 등은 심리학을 통해 긍정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 주는 책들로 혼돈의 세상에 맞서는 개인의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앞의 책들이 개인적 차원에서 행복을 추구한다면,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민음사)는 지구라는 공동체의 번영에 대한 성찰을 모색한다. 저자는 경제문명의 관점에서 21세기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에서 윈윈 전략으로, 이기적 경쟁에서 이타적 협업으로, 엘리트 에너지에서 재생 가능한 분산 에너지로,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무한 경쟁에 지친 사람들의 가슴을 이론적으로 ‘적셔 주는’ 역할을 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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