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연평도 ‘先남북대화’→‘後6者’ 가닥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던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남북대화를 통해 해결한 뒤 6자회담에 임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31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들에 대해 미국과 중국 등이 협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남북관계가 이런 상황에서는 6자회담 재개 논의가 진전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남북 양측이 상호 긴장을 완화시켜야 6자회담에서의 타협과 양보를 통한 현안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해 남북대화가 6자회담의 전제조건임을 명시했다. 이 같은 입장은 천안함 침몰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등 남북현안을 핵문제와 분리시켜 대응하겠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 12월29일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버락 오바마 미국행정부 인사의 발언을 인용, “미·중 양국은 남북대화를 6자회담에 우선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한 것과 맥이 닿아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미국 언론들이 이 대통령의 ‘6자회담을 통한 북핵폐기론’을 ‘6자회담 재개 신호탄’으로 해석한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31일 “외신보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한 뒤 “이 대통령이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때 6자회담 얘기를 한 것은 새해 한 해 동안 그렇게 하자는 것이지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6자회담 관련 언급은 ‘6자회담에 대한 입장전환’도 아니고 ‘조기 재개론’은 더더욱 아니라는 얘기다.

워싱턴포스트는 29일 이 대통령의 6자회담 관련 발언을 “대북압박일변도에서 탈피해 대화의 문을 약간 열어놓겠다는 제안”이라고 했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한국의 드라마틱한 입장선회”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대로 6자회담의 조기 재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을 둘러싸고 관련국들의 입장 차가 있는데다가 6자회담에 앞서 남북관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도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남북 양측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 등을 위해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정부 내부 흐름에 밝은 한 대북전문가는 31일 “남북 양측이 최근 회동을 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대북관계 개선을 하려면 그에 걸맞은 사인을 북측에 보내야 하는 데 청와대가 아직 그런 판단을 내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