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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타 앤 조이 게재 일자 : 2011년 01월 11일(火)
[AM7] “날 것 그대로의 표현…쓸쓸함의 농도 짙어져”
재즈피아니스트 정원영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감성은 원래 햇볕이 아닌 그늘의 몫이다. 어둡고 음습하고 슬픈 잿빛 기운이라야 비로소 감성의 온전한 미덕을 경험할 수 있다. 왈츠 박자에 맞춰 마이너 코드로 피아노를 터치하는 그의 선율은 감성의 극대화를 향한 보이지 않는 몸부림같다. 그의 터치는 빛도 들어오지 않는 프랑스 어느 허름한 모텔에서 뒹구는 연인을 채색한 영화의 한 장면이고, 시린 상처를 혼자 달래야만하는 어느 외로운 이의 슬픈 독백이다.

재즈피아니스트 정원영(51)이 7년만에 내놓은 5집과 마주했을 때, 이 음반은 더이상 정원영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과 재즈, 클래식과 팝 사이를 교묘하게 뚫고 들어오는 백과 흑의 조합들은 슬픔을 극한으로 몰고 싶은 ‘그녀’나 그리움의 정서에 목마른 ‘그’에게 절실한 언어가 아니었을까.

“아는 방송 작가는 이 앨범만 들으며 살고 있다고 하고, 후배들은 ‘아직도 그런 감성을 가지고 계시냐’고 물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어릴때부터 음악에 깊이 들어가 있었고 늘 그 안에서 즐기고 있었는데, 이번 음반 경험하면서 ‘이런 식으로 만들어도 사람들이 이해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죠.”

‘이런 식’이란 자신의 원초적 표현에 포장이나 덧칠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다듬지 않은 표현물을 그냥 ‘툭’하고 내던진 뒤 사람들이 알아서 느끼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그는 “아마 내 마음의 욕심을 비워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변명’으로 시작해 ‘동시상영’으로 끝나는 수록곡 10개는 13년 감성이 응축된 ‘느림의 소품들’이다. 1997년에 처음 쓴 곡부터 뇌종양 수술 받기 직전에 쓴 곡, 앨범 녹음 직전에 쓴 곡까지 시간의 무게를 짓밟고 서 있는 음표들의 향연은 그 중량만큼 가슴을 짓누른다. 그는 피아노 한대 만으로 듣는 이의 모든 감정을 제어한다. 한 마디씩 쉼표를 찍는 여유와 재즈 화성 속에 팝 멜로디를 읽어내는 숙성된 노련미 때문이다. 그는 “듣기는 쉽지만, 막상 해보려고 할 때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느림의 미학’과 ‘일관된 콘셉트’라는 두가지 지향점이 드러나는 새 음반은 여러 번 들어도 여전히 쓸쓸하고 처연하다.

“어릴때 외갓집에서의 생활, 서울 장충동에서 겪었던 깡촌에 대한 기억들이 모두 슬픔의 모티브였어요. 혼자 있는 시간 대부분을 깡촌과 우물가에서 지내다보니, 외로움과 쓸쓸함의 정서에도 쉽게 익숙해졌죠. 나이가 드니까, ‘급하게 굴지 말자’가 어느새 인생의 모토가 됐어요. 제 음악이 그래서 한가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게 불편하거나 값어치가 떨어져 보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또 한편으론 한 곡 듣기 너무 괴롭거나 못 기다리는게 아니라는 메시지도 던지고 싶었어요.”

새 음반은 매일 꽉 채운 사운드로 귀를 쉴새없이 괴롭히는 요즘 트렌드 음악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30초만 듣고 정지 버튼을 자신있게 누르는 이들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이 음악에 귀기울일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 그의 음악엔 잊고 있던 친구나 가족을 애타게 찾듯 어느날 문득 찾지 않으면 안되는 마술, 아니 마약같은 선율이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
사진=권상효 STUDIO AT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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