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싱가포르 리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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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논설위원

어린 자식이 학교에 가 공짜 점심을 먹게 하는 것은 서울역 노숙자 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밥’을 제 힘으로 책임지겠다는 의식이 ‘뇌리’에 박혀 있지 않은 어린 자식은 커서도 자립하지 못한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공짜 점심 먹고 자라면 나이 들어서도 무료 배급소 앞에 줄을 서게 된다. ‘가난 근성’의 대물림이 바로 이거다. 도시락 싸가지 못해 운동장 수도꼭지 붙잡고 맹물로 배를 채웠던 1960~70년대 아이들, 이들이 이를 악물고 ‘하면 된다’는 자립 정신으로 부모 부양 책임지고 처자식 먹여살리며 이룬 나라가 오늘의 대한민국! 그래서 대한민국은 입지전적! 그 시절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식량 배급제,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무상천국’을 만들었다. 이미 40, 50년 전에 거대한 실패로 끝난 김일성의 ‘무상 실험’을 민주당이 역사 박물관에서 끄집어내고 있다. 기막히다.

세계적 강소국(强小國) 싱가포르, 이를 일궈낸 전 총리 리콴유. 그의 영문판 자서전 두 권―무려 778쪽의 ‘삼류 세계에서 일류로’와 680쪽의 ‘싱가포르 이야기’는 1965년 독립한 불모의 싱가포르가 어떻게 안팎의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고 오늘을 이뤘는지 기록하고 있다. 그는 회고한다. “선거 때마다 야당이 내세우는 복지 공약의 유혹성(seductiveness)에 대응하는 건 무척 어려웠다.” 그러나 리콴유는 현혹되는 국민에게 당당히 호소한다. “복지는 자립을 좀먹는다!” 국민 의식의 거지화→생산성 급락→세금 많이 내야 하는 부유층의 성취욕 상실→국가 부도! 리콴유는 국민을 상대로 “남자는 부모와 처자식을 책임져라”는 유교적 전통으로 의식화한다. 자립하라! 국민은 리콴유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가 지도자의 안목도 탁월해야 하지만 국민이 현명해야! 각성의 힘!

가난으로부터의 탈출 욕구에 불을 지른 박정희. 리콴유는 평가한다. 아시아에서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한 지도자로 ①일본의 제2차대전 패전 후 총리로서 국체를 지켜낸 요시다 시게루 ②중국의 덩샤오핑 ③박정희를 꼽는다. 이제 국민이 선택해야 한다. 어린 자식들에게 노숙자 근성을 심어줄 것인가? 복지, 복지…대책없는 퍼주기식 복지로 나라를 결국 파산나게 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국민의 위대한 힘으로 징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