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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1 설특집 - 7080 개그맨 ‘나의 설, 나의 추억’ 게재 일자 : 2011년 01월 31일(月)
“설 특집 코미디는 잔치… 그걸 봐야 명절 같았죠”
賞타면 부모보다 사장 우선… 요즘 애들 웃기지도 않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엄용수·지영옥·이용식(왼쪽부터)씨는 “세상이 힘들어도 건강과 웃음을 잃지 않으면 희망이 있는 게 아니겠느냐”며 “7080세대의 정서에 맞는 정통 코미디가 부활된다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위해 온몸을 던질 각오가 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훈기자 dhk@munhwa.com
‘뽀식이’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이용식, 시사코미디에서 일가를 이룬 ‘인간 복사기’ 엄용수, 극코미디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지씨 아줌마’ 지영옥.

7080세대 개그맨을 대표하는 세 사람이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KBS 별관에서 만났다. 문화일보 독자들에게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을 앞두고 인사를 하고 또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세 사람은 첫 인사를 나누자마자 쉴 새 없이 재담을 풀어냈다. 특히 전성기 시절에 설 특집 방송프로그램 촬영을 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를 쏟아내며, 선후배 위계 질서가 엄격했으나 서로를 따스하게 보듬어줬던 시절을 되돌아봤다.

▲ 이용식(이하 용식) = MBC 공채 1기 코미디언으로 뽑혔는데, 그때 동기 중에는 김동현 등 탤런트들도 있어요. 36년째 활동하며 별별 프로그램을 다 했는데, 특히 진행은 안 본 것이 없을 정도예요. 방송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리 완공식, 활주로 개통식, 자동차 시승식도 봤지요.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돌잔치, 백일잔치, 장례식까지 진행해 봤어요. 아마 임종식만 사회를 안 봤지(일동 웃음). 사실 우리는 설 명절때도 일을 하느라 가족과 더불어 즐겁게 지낸 적이 별로 없어요.

▲ 엄용수(용수) = 우리 연예인들은 인기가 있을수록 조상님들께 불효를 하게 돼 있어요. 프로그램 촬영에 바쁘니 명절날 제사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저도 예전에 바쁠 때는 아침 방송이나 라디오 생방송 리포터 등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불효를 했어요. 요즘엔 한가해져 조상님들께 효도하는 후손이 됐지만….(웃음) 어렵게 시간을 내서 고향(경기 화성 발안면)에 가면 참 좋더라고요. 저도 고향에 가면 스타거든요. 군으로 나가면 화성 출신인 조용필, 차범근 같은 대스타들에게 밀리지만, 면단위에서는 큰별이에요.(웃음) 조상들을 모신 공원 묘지에 가면 고향 분들의 인사를 잇달아 받게 돼요. “최병서는 어떻게 지내냐, 아무개는 평소에도 그렇게 웃기냐” 등등 질문을 받고 답하다가 하루 해를 보낸 적도 있지요.

▲ 지영옥(영옥) = 예전엔 명절 때가 되면 방송국에서 올스타쇼라는 것을 했어요. 모든 코미디언들이 다 나오는 특집이어서 평소 코너가 다른 사람들이 다 모였어요. 잔치처럼 다 모이니까 너무 반갑고 좋았어요. 그 시절 녹화장을 떠올리면 ‘흔들이 아줌마’가 생각나요. 화장품을 파셨는데, “깎아주세요”하면 “응”하면서 고개를 가로로 흔들어요. 풍이 있으셔서 그랬지요. (용식, 용수 “맞아 맞아. 그런 분 있었지.”)

▲ 용수 = 명절 때 하는 특집은 정말 잔치였어요. 구봉서, 서영춘 등 대선배와 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인들이 함께했습니다. 밤무대 무명 연예인과 방송국에 기웃대는 사람까지 총망라해서 나오도록 선배들이 배려했어요. 특집은 평소 출연료의 4배를 받았거든요.

▲ 영옥 = 1980년대 후반 설 특집 방송 때 ‘춘향 선발 대회’ 촬영을 하며 머리에 혹이 생겼던 게 생각나네요. 문영미 선배가 월매를 맡아서 춘향이 후보로 나온 여자 개그맨들을 곰방대로 살짝 때리는 역할을 했어요. 저는 춘향이 후보 중의 한 사람이었지요. 사람들을 웃기려고 못생긴 분장을 하고 나갔는데, 문 선배가 곰방대로 너무 세게 때려버리는 바람에 혹이 크게 나버렸어요. 너무나 아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어버렸는데, 옆의 선배들은 그게 재미있다며 웃고 난리가 났지요.

▲ 용식 = 당시에 가수와 연기자, 코미디언이 함께하는 특집이 인기가 있었어요. 주현미가 춘향이로 나오고 이덕화가 이도령으로 출연하면 향단이로는 가수 현숙, 방자로 이주일 형이 했어요. 주일이 형이 대사가 안 돼서 막 더듬고 그러면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어 했지요.

▲ 영옥 = 그때는 그런 코미디를 봐야 명절을 지낸 느낌이었어요.

▲ 용수 = 시청자들이 그런 프로그램을 기다리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당연히 편성을 했지요.

▲ 영옥 = 그 시절을 생각하면 왠지 인간적이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프로그램을 함께했던 최용순 언니네 집에 놀러 가서 밥을 함께 먹으며 친자매처럼 지냈던 게 생각납니다. 요즘엔 같은 개그맨이라도 선배가 누군지, 후배가 누군지도 모르니….

▲ 용수 = 제가 1981년에 데뷔했을 때만 해도 녹화가 끝나면 선배들 촬영이 끝나기 기다려서 회식하고 술도 마시고 연기 평가도 하고 그랬지요. 각자 프로덕션 소속이 되면서 얼굴 볼일도 없고 인사도 안 하고 양아치판이 된 겁니다. 요샌 기획사 ‘사장님’이 최고지요.

▲ 용식 = 요즘 연말 시상식 할 때 보면, 아이들이 자기 부모보다도 기획사 사장에게 먼저 감사 인사를 하더군요. 참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지요.

▲ 용수 = 예전엔 코미디언실에서도 연장자 순으로 앉았습니다. 구봉서 선생이 앉아 계시면 저는 문가에 앉았다가 후배 한 사람 들어오면 한 자리씩 당겨 앉고…. 대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선후배 교육이 됐지요. 요즘은 인기 있는 놈이 장땡이지만, 그때는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선배가 혼내면 당연하게 받아들였어요.

▲ 용식 = 제가 신인 때 구봉서, 서영춘, 이대성, 이기동, 권귀옥 등 선배들의 라면 심부름을 했어요. MBC 앞에 라면집이 있었어요. 아침에 선배들이 구봉서식, 이대성식으로 라면을 주문했어요. 봉서식은 스프를 반만 넣은 싱거운 거고, 대성식은 맵고 얼큰한 거예요. 막내인 제가 라면집에서 매일 쟁반으로 10개씩 두 번 날랐어요. 어느 날 라면 그릇을 신문에 덮어서 뛰어가다가 정문 앞에서 쟁반을 놓쳤어요. 라면 10개를 쏟으니까 어마어마하더구먼요. 경비 아저씨가 난리가 났어요. MBC 사장이 출근할 시간이라는 거예요. 야, 이거 어떡하냐. 급하니까 그 뜨거운 걸 손가락으로 긁고 있는데, 사장께서 이미 도착했어요. 차에서 내리는 사장과 눈이 마주쳤을 때 저도 모르게 “촬영 중입니다” 그랬어요. 사장이 “어, 그래” 하면서 그냥 들어가더군요.

▲ 용수 = 용식 선배는 짚신 한 짝이라도 직접 챙기지 누구 시키는 게 없었어요. 이따 들어갈 때 막대기 하나 갖고 들어가라. 이거 차고 있으면 그림 좋다. 조언해주신 게 굉장히 연기에 도움되는 포인트였지요.

▲ 용식 = 서(영춘) 선생한테 배운 거예요. 오후 1시까지 나오라 그러면 꼭 10분 전에 가서 세트 지을 때 못 떨어진 거 줍더라고요.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한 번 더 넘어지려고 정리하는 거지요. 김병조는 30분 전에 내려가서 앵커 멘트를 외우고 있었어요. 그거 보니까 대충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항상 녹화 전에 나갔지요. 가면 서 선생과 김병조를 반드시 만나게 돼 있었어요. 후배지만 용수씨에게도 많이 배웠지요. 용수씨는 지퍼 달린 까만 공군 가방을 꼭 들고 다녔어요. (익살스러운 말투로) 난 일수 찍으러 다니는 줄 알았어요. 그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깨알같은 글씨로 뭔가를 메모했지요.

▲ 용수 = 기록을 잘해 놔야 소송에서 이기거든요.(이혼 소송으로 유명한 자신의 처지를 빗댄 농담이었다.) 저와 용식 선배는 모든 것을 함께했어요. 결혼식 날짜도 선배가 올 수 있는 날로 잡고(웃음), 이혼 소송 때도 만날 푸념을 했어요.

▲ 용식 = 용수씨는 임종 때도 내가 안 가면 죽지 않고 숨쉬고 있을 걸….

▲ 영옥 = 우리 개그맨들은 시청자를 웃길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돌아가신 김형곤 선배가 산신령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김 선배가 짚고 있는 쇠지팡이가 무척 무거웠어요. 김 선배가 후배들에게 “그것을 던질테니 피한 다음에 대사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저만 듣지 못하고 지팡이에 맞아버렸어요. 기절할 지경인데도 NG를 내지 않기 위해 대사를 외운 다음에 쓰러졌지요. 녹화가 끝난 다음에야 엉엉 울었어요.

▲ 용식 = 예전엔 코미디든, 쇼프로그램이든 상황극이 많고 따뜻한 휴머니티가 있었어요. 요즘 인기가 있는 쇼프로그램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후벼 파는 내용이 많더라고요. 저는 처음엔 왜 저렇게 독하냐, 했는데 자꾸 보니까 중독되더라고요.

▲ 용수 = 지금은 개그맨 평균 수명이 6~7개월도 안 된다고 하더군요. 코너 몇 달 맡다가 그거 사라지면 개그맨도 사라지는 거예요. 기획사가 연기자는 물론 방송 포맷까지 주도하면서 이런 현상이 생겼습니다.

▲ 용식 = 고령화시대라는데 어르신들 볼만한 코미디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방송국에선 7080세대 코미디 프로는 이제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10대, 20대가 봐야 시청률이 오르고 광고가 붙는다고 합니다. 참 이상해요. 10대, 20대가 상품 구매력이 그렇게 있나요? 하이마트 가서 (아이 목소리로) “우리 가족들 먹을 고기 주세요” “냉장고 2개 주세요” 하나요?

▲ 영옥 = 아이들 위주로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방송이 편향됐어요.

▲ 용식 = 사회가 갈수록 흉악해지는데 그것을 감쌀 휴머니즘이 있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대한민국엔 진짜 웃음이 필요하거든요. 종합편성채널이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용수 = 우리 코미디언들은 정통 코미디의 부활을 위해 몸을 던질 각오가 돼 있어요.(이주일 성대모사) 한번 맡겨보시라니깐요.(조영남 노래조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며 (쟈니윤 목소리로) 미스터 리, 미스터 엄, 미쎄스 지 다 잘할 수 있쎄요.

진행 = 장재선기자, 정리 = 이동현기자 jeijei@munhwa.com
e-mail 장재선 기자 / 문화부 / 부장 장재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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