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北’ 군·주민 춥고 배고파 사망자 속출

북한 김정일 정권의 최후 보루인 북한군의 동향과 평양이 심상찮다. 최근 들어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군 배급이 끊기자 비무장지대(DMZ) 인근 북한 군부대에서는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황해도 장령군 우라늄탄광 부근 군부대에서는 군인들이 식량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해 군보위부가 진압한 것으로 대북 매체들이 보도하고 있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북한의 작황이 나빠 군식량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다 외부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군부대들이 고난의 행군시대(1994~1996)때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지난 1월17일 황해도 장령군에 위치한 131지도국 47여단 소속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정치적 불만이나 항명이라기보다 배고픔에 대한 반발”이라고 말했다.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DMZ 인근 북한군 제1제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7명이 굶어 죽었고 함경남도 영광군에 주둔하는 특수부대인 경보교도지도국 108부대 군인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인근 지역 도로에서 행인과 차량을 약탈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이에 대해 “군에 대한 식량 지원이 사실상 끊기면서 사병들의 불만이 많은 상태이고 이것이 장교급, 일선 지휘관급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평양 민심이반현상도 가속화할 조짐이다. 대북지원단체인 좋은 벗들은 최근 소식지에서 “평양시 전력 사정이 나빠 난방이 되지 않자 집에서 얼어 죽는 노인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평양시 전체적으로 매일 40~50명꼴이던 사망자가 지난 1월10일 이후 150명을 넘어섰고, 14일 207명, 15일 196명, 16일엔 23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평양을 움켜쥐고 있는 평양정권인데 올해 전력 공급 중단으로 동사자가 속출하자 민심이반현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에서는 최근 김일성 동상 훼손 사례가 발생해 당국이 주목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북한 변방에서 김일성 동상 훼손 사례가 발생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면서 “이것은 북한의 내부 동요 가능성을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전략 물자인 석탄, 은 등 광물자원의 수출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대신 쌀, 옥수수 수입을 늘리도록 지시했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9일 북·중 무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에 대해 “북한이 전략 물자인 광물자원을 방출해 식량을 조달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이미숙·최현미기자 musel@munhwa.com